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심사하기로 했다. 법원이 헌재의 재판 지연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처음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전보성 형사수석부장판사)는 12일 헌재에 재판 지연 사유를 설명해 달라는 의견요청서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심리 진행 단계와 재판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간 보고서 교환 등 심리 경과 △관계기관 의견 조회 여부 등에 대해 한 달 이내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앙지법은 헌법 제107조 제2항을 근거로 헌재의 부작위 처분인 재판 지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심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명령·규칙·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이 이를 최종 심사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재판과 같은 사법적 처분도 이 조항의 ‘처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헌재의 부작위 역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의견 요청은 헌재에 4년째 계류 중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비롯됐다.
중앙지법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20년 10월 기소된 A 씨는 2022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사건의 근거가 된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2022년 7월 해당 사건을 심판에 회부하고 같은 해 8월부터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약 4년간 별다른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고, 올해 4월에야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사실조회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헌법소원 결정을 기다리느라 형사재판이 4년간 사실상 멈춰 있었고, 그 결과 A 씨가 기소된 지 6년 가까이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이면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중앙지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 역시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