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자 남았는데 세금 더 내라니”…효성, 55억 환급소송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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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이월결손금 승계, 미환류소득서 매년 차감해야”
세무당국 “한번 뺐으면 끝”…法 “적자 남으면 계속 차감”
대법 확정시, 다른 적자 승계 기업도 환급 청구 가능할듯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효성이 55억원대 법인세 환급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간 세무당국은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매길 때 이월된 과거 적자를 한 번만 차감해왔지만, 법원은 이 과세제도 취지상 적자가 남아 있는 한 매년 차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 적자는 한 번만 차감한다’는 세무 실무에 제동을 건 것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적자가 남은 다른 기업들도 같은 논리로 법인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정은영 부장판사)는 최근 효성이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마포세무서가 돌려주지 않은 약 55억4000만원의 법인세를 효성에 환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효성은 2017년 효성엔지니어링과 두미종합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두 회사의 이월된 결손금(적자) 약 1305억원을 승계했다. 이후 2017~2021년 미환류소득을 산정하면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가, 2022년 “적자를 반영했다면 세금을 덜 냈어야 한다”며 약 82억원의 환급을 신청했다.

미환류소득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투자·임금·배당 등에 쓰지 않고 남겨둔 이익이다. 기업의 투자와 임금 인상, 배당 등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미환류소득에는 추가 법인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2017년분 약 24억5000만원과 2018년분 일부만 환급하고 나머지 약 55억4000만원은 돌려주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승계한 적자는 미환류소득 계산 시 한 번 차감하면 이후 사업연도에는 다시 차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효성빌딩 (뉴시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합병으로 승계한 과거 적자를 미환류소득 계산에 한 번만 반영할 수 있는지, 아니면 세법상 남아 있는 동안 계속 반영할 수 있는지였다. 효성은 적자가 남아 있는 만큼 미환류소득을 계산할 때 계속 차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세무당국은 한 번 차감한 뒤에는 다음 사업연도에 다시 차감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효성의 손을 들어줬다. 미환류소득을 계산할 때 한 번 반영한 적자라도 세법상 남아 있는 금액이 있으면 다음 사업연도에도 계속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결손금을 여러 번 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적자를 해마다 반영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특히 기업이 투자·배당 등으로 쓸 여력이 있는데도 쓰지 않은 부분에 세금을 매기고자 한 제도 취지를 고려, 적자가 있으면 그 만큼 여력도 부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기업의 소득이 투자와 임금, 배당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과세표준 계산에서 아직 남아 있는 이월결손금을 미환류소득 계산에서 제외하면 제도 도입 취지에 반하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는데도 원칙처럼 적용돼 온 ‘결손금 일회성 차감’ 실무를 달리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적격합병으로 이월결손금을 승계한 기업들의 환급 분쟁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고, 논리상 기업 자체에서 발생한 이월결손금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과거 적자를 함께 승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추가 환급 청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세무당국은 14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효성 관계자는 “아직 1심인 만큼 최종 확정까지 소송에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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