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I 기술접근권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 우려
핵심 동맹국에 대한 ‘우선접근권’ 요구
17일 G7 회의서 논의 예정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 외교관들과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뢰 파트너 구상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에 한해 최첨단 AI 모델을 우선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과 안보·기술 협력 관계가 긴밀한 국가들은 최신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그렇지 않은 국가에는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번 논의는 미국 정부가 최근 안보 우려를 이유로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와 ‘페이블’의 해외 공급을 제한하면서 촉발됐다. 미국 정부는 일부 사용자가 보안 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발견하자 앤스로픽에 비미국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앤스로픽은 미토스를 주요 사이버 보안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는 고성능 AI 모델로 소개하며 초기에는 미국 내 일부 기관에만 제공했다. 이후 이달 초 유럽의 일부 기관과 기업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했지만 미국 정부의 조치로 해외 공급이 중단됐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실리콘밸리에서는 미국이 첨단 AI 기술 접근권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G7 정상들은 17일 신뢰 파트너 체계를 공식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주요 AI 업계 인사들도 참석한다.
헤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술 담당 수석부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EU와 같은 파트너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는 피해야 한다”며 “미국이 어떤 안보 우려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고 위험을 완화할 최선의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AI 역시 최첨단 모델인 GPT-5.5를 EU 사이버보안청(ENISA)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제공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유럽 내에서 AI 주권 강화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유럽은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져 있지만, 핵심 기술을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업계도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나타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속한 미국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는 성명을 내고 앤스로픽에 대한 정부 조치를 “전례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첨단 AI 모델에 대한 자의적인 수출 제한이 미국 AI 생태계의 글로벌 확산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AI 모델 자체도 새로운 수출통제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과 동맹국 간 AI 접근권을 둘러싼 협의가 글로벌 기술 질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