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명분에도 생태계·외환관리 기능 약화 가능성 제기
“동등 규제·인증 복수화 병행…범부처 관리 체계 필요”

해외 대형 제련 기업의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업계는 정교한 관리 및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3월 운영 규정을 개정해 해외 금 제련 기업의 KRX 금 시장 참여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발생한 금 공급 부족과 국내 금 가격 프리미엄 상황을 유동성을 늘려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귀금속 업계는 거래소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생태계가 잠식 당하지 않도록 해외 기업에 대한 검증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효근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장은 “국내 실물 금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해외 기업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면 국내 생태계 잠식과 외환관리 기능이 약화될 여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금이 단순 원자재나 투자 상품이 아니라 외환·금융시장 안정, 주얼리 산업 생태계와 연결된 전략 자산인 만큼 별도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 회장은 거래소 운영 규정 개정으로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인정하는 적격금지금 생산 외국 법인과 외국 법인의 국내 자회사 및 지점이 자기매매회원 자격에 포함되고 일부 재무·실적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10년 넘게 관련 규정을 지켜온 국내 업체와의 역차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업계의 우려는 국고손실, 생태계 잠식, 외환관리 기능 약화로 집중된다. 국내 신설 법인을 해외 모(母)회사와 동등하게 인정하면 과거 부가세 환급 후 폐업·도주한 사례처럼 국고 손실 위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련사가 자본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국내 제조·유통·소매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귀금속 업계는 해외 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같은 영업 기간·매출실적 검증을 적용하고 금 품위인증 복수화 등 공급 체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은 거래소 상품이면서 동시에 산업 원자재, 외환 안정 수단, 자금세탁방지 대상 자산인 만큼 단순한 거래 효율성 만으로 평가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얼리업 등록제와 품질검증, 유통구조 현대화 등을 담은 주얼리산업진흥법이 산업 기반 정비의 첫 단추라면, 금 시장 개방 문제는 정부·거래소·업계가 함께 논의하는 범부처 통합 거버넌스로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회장은 “거래소를 둔 주요국은 중앙은행·재무부·전담 규제 기관이 거래소·인증·수출입을 하나의 거버넌스로 묶어 관리한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정부 관계자·거래소·업계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운영규정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회가 국가 전략자산 금 시장 관리법을 제정해 분산된 거버넌스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