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 [인터뷰]
"수도계획도 전기본처럼 롤링플랜으로…용수 수요 변화 반영"

"'핵심자원'하면 희토류를 많이들 떠올리는데 이제는 물도 그렇게 봐야 합니다. AI·반도체에 꼭 필요한 것이 전기와 물인데, 전기는 만들 수 있어도 물은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은 최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 집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 차관은 "물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 로봇 등을 아우르는 필수 자원"이라며 "물을 국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달라진다는 것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질·수량관리 중심의 환경 자원으로 인식됐던 물이 이제는 국부와 직결되는 첨단산업 핵심 요소로 발돋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AI데이터센터 확산, 반도체 호황에 발맞춰 세계적 산업용수 수요는 급증하는 흐름이다.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2050년까지 반도체 물수요는 6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 차관은 "특히 물은 산업계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 것과 별개로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예측하기도 어려워졌다"면서 "전기는 태양광 더 깔고, 원전 돌리고,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하면서 케파(생산능력)를 올릴 수 있는 반면 물은 그렇지 못하다. 물과 관련해서는 이전과 다른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임 사무관 시기를 환경부 수질정책과(현 물환경정책과)에서 보낸 금 차관은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 과거 물관리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첨단산업을 떠받치는 원천으로서 물의 개념이 바뀌었다"며 "사무관 때 물 업무를 하며 계속 팔당댐 수질만 팠었는데 지금은 누가 그걸 말하나. AI나 산단 용수공급이 원활한지를 더 본다. 일하면서 시대가 바뀐 것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금 차관은 "특히 초순수처럼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물은 품질이 더 좋아야 한다"며 "현재 소부장 70% 수준인 초순수 국산화율은 2030년 90%까지 올릴 계획"이라며 "국산 초순수를 써도 공정상 문제가 없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R&D(연구개발)라는 큰 고리를 갖고 초순수를 지원하는 것이니 (많은 기업이) 믿음을 갖고 들어올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려고 한다"며 "AI로 인해 앞으로 반도체 투자가 많이 늘어날 테니 공정별로 리스크가 적은 분야부터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물전략 수립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꾼다. 현행 수도법에 따르면 기후부는 국가수도정책의 체계적 발전 등을 위해 국가수도기본계획을 10년마다 세우고 5년마다 타당성을 재검토해 변경하게 돼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 변경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금 차관은 "물이 전략자산이 된 만큼 첨단산업 용수 수요도 수시로 바뀔 수 있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처럼 물도 일정 기간마다 국가계획을 재조정하는 '롤링 플랜'으로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물 관련 계획이 수십 개에 달한다"며 "계획 간 정합성을 고려해 연내 구체적인 안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도별 물관리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 차관은 "첨단산업에 쓰이는 물은 댐 원수 등 깨끗한 물이 들어가야 하고, 농업용수는 하천수를 써도 된다"며 "유출지하수만 해도 연 2억톤(t) 규모인데 필요한 곳에 타게팅해 공급하는 식으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 모든 곳에 100% 고도의 수처리 공급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 강국'에 대해 금 차관은 "'물이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전력은 생산할 수 있기에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라는 표현을 쓰지만 여러 제약이 많은 물은 지산지소가 아닌 '적재적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공급도 각 유역 내에서 해결하면 좋겠지만 강마다 여건이 다르니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큰 지도를 구상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물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 차관은 "우리나라는 물 강국으로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며 "물에 핵심 전략자원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물과 에너지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융합적 물정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 차관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 고려대 행정학과를 거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자원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행정고시 38회로 입직해 기후부 전신인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담당관, 정책기획관, 대기환경정책관, 기후변화정책관, 기후탄소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장 재임 중 이재명 정부의 첫 기후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