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볼모로 잡다 자국 경제 파탄
'양날의 검'으로 돌아온 호르무즈 봉쇄

이란이 미국에 맞서 꺼내 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가 결국 자국 경제의 숨통을 먼저 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은 개전 이후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을 틀어쥐며 전쟁 장기화의 버팀목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 반대편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과 해상 물류가 동시에 막혔던 것. 극적인 종전 양해각서, MOU 체결 배경에는 이 같은 경제적 압박이 짙게 깔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AP통신과 가디언ㆍ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호르무즈 해협 통제 이후 이란의 '세계 경제 압박력'이 오히려 힘을 잃어갔던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자국의 석유 수출 문제가 커진 셈이다.
AP통신은 12일 분석 기사에서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이 해협을 사실상 닫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으나 전세가 조금씩 바뀌었다”며 “미군이 걸프 산유국 선박의 통항을 지원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산유국의 원유 일부가 다시 시장으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의 제재 대상 원유 거래와 관련된 선박을 막거나 검문하며 이란의 수출로를 압박했고, 시간이 갈수록 이란의 외화벌이 통로를 막는 역봉쇄로 되돌아온 셈”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이란의 원유 수출 급감을 이 같은 흐름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이란의 원유와 콘덴세이트 수출이 약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 원자력 반대 연합(UANI) 분석에 따르면 이란의 5월 수출은 하루 평균 약 6만5000배럴에 그쳤다.
이란 전쟁 개전 직전인 2월 기준, 이란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217만 배럴에 달했다. 그러나 3월(약 113만 배럴)과 4월(약 98만 배럴)에 급락한 이후 5월에는 하루 평균 6만5000배럴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이란전쟁 개전 이후 약 3개월 만에 원유 수출이 97.1% 줄어든 셈이다.
수출길이 막히자 이란은 팔지 못한 원유를 육상 저장시설과 해상 탱커에 쌓아두는 처지에 놓였다. AP는 "이란이 일부 유전의 생산을 늦추거나 멈춰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전했다.
노후 유전이 많은 이란은 생산 중단 자체가 위험하다. 한 번 멈춘 유전은 재가동이 쉽지 않을 수 있고, 다시 원유를 뽑을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압박은 숫자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란 경제는 이미 오랜 제재와 전쟁 비용으로 취약해져 있었다. 여기에 원유 수출 감소는 정부 재정과 외화 수급을 동시에 흔들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국영방송 연설에서 "제재와 항로 봉쇄, 물자 부족, 사회 불안 속에서 나라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전장의 포성보다 조용하지만, 경제난은 더 깊고 끈질긴 압박이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는 ‘양날의 칼’이었던 셈이다.
결국 이란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자국 원유를 세계 시장에 내보낼 바닷길도 잃었다. 미국은 걸프 산유국의 원유 흐름은 부분적으로 되살리면서 이란산 원유의 출구는 틀어막았다. 이 구도가 굳어질수록 전쟁을 오래 끌고 갈수록 손해가 커지는 쪽은 이란이 된 셈이다.

이번 종전 MOU를 둘러싼 협상에도 이런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적으로는 버티는 듯 보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버틸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란 수뇌부가 강경한 태도에서 협상장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원유 수출 급감, 저장시설 한계, 외화 부족, 내부 민심 악화라는 네 겹의 압박이 있었던 셈이다.
AP통신은 "현재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과거 하루 1500만 배럴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며 "종전 합의가 실제 이행되고 보험료와 물류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는 결국 자국 경제의 목을 조르는 길이 됐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