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핀칸티에리·탈레스 등 伊 대표 기업도 한자리에
AI·반도체·우주항공·전력망·바이오 협력 확대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한국 주요 기업 총수들이 이탈리아 로마에 집결했다. 페라리, 핀칸티에리,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등 이탈리아 대표 기업들과 만나 첨단산업과 에너지 인프라, 바이오·라이프스타일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2일 오후 6시 30분 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웨스틴 엑셀시오르 호텔에서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으며, 양국 정부 고위 인사와 기업인 등 총 42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회장, 구자은 회장, 조현준 회장을 비롯해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등이 참석했다.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김동춘 LG화학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문재영 HD건설기계 사장,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 허민호 코스맥스 대표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탈리아 측에서는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조르조 마르시아이 이탈리아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으로는 이탈리아 최대 조선기업 핀칸티에리의 비아죠 마조타 회장,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의 잠피에로 디 파올로 최고경영자, 스파클의 엔리코 마리아 바냐스코 최고경영자, 에니라이브의 마르코 페트라키니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페라리, 키코 밀라노 등 자동차·뷰티 분야 글로벌 기업도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1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방한 당시 논의된 경제협력 의제를 민간 경제계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은 올해 두 차례 정상 간 교류를 계기로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바 있다.
논의는 크게 전략·첨단산업, 에너지·인프라, 바이오·라이프스타일 등 3개 축으로 진행됐다. 전략·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반도체, 인공지능, 자동차, 우주항공, 방산 분야 협력 가능성이 다뤄졌다. KAI는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와의 협력을 통해 양국 위성 기술을 결합하고 글로벌 위성 수출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는 구상을 공유했다.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를 위한 이탈리아와의 기술 개발 협력도 언급됐다.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는 유럽의 친환경 전환과 전력망 고도화 수요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LS는 2014년 비유럽 기업 최초로 이탈리아 국영 송전회사 테르나의 전력망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8000만 유로 규모의 가공 송전선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한 성과를 소개했다. LS는 이탈리아 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유럽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통상 환경 개선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HD건설기계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초감가상각제도 관련 EU 역내 생산 한정 조항을 삭제한 데 대해 한국산 기계 장비의 현지 진출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스마트 장비 등 혁신 제품 공급을 통해 양국 건설·인프라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오·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는 제약, 식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와 고부가 산업 협력이 논의됐다. 이탈리아는 유럽 제약·바이오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주요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큐어버스는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 파마와의 3억6000만 달러 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공유하며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스맥스는 이탈리아 제조자개발생산 기업 케미노바 인수를 기반으로 K-뷰티의 유럽 시장 확대 전략을 설명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원천기술 강국인 이탈리아와 첨단 제조 역량을 갖춘 한국은 시너지 가능성이 큰 파트너”라며 “AI, 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 이번 회의를 계기로 양국 경제계가 함께 개척하는 길이 미래와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경제사절단 교류를 넘어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 이탈리아 산업 리더들이 공급망, 기술, 시장 진출을 놓고 직접 접점을 넓힌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AI, 우주항공, 전력망, 바이오, K-뷰티 등 양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을 중심으로 후속 사업 협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