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진단받아도 끝 아냐…혈압·당뇨처럼 관리하는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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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라 경희대병원 교수 “치료 패러다임 바뀔 것”[아픔 나누기, 그리고 희망] 파킨슨병②

AI·디지털 기술 활용 조기 진단 연구 활발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킨슨병이 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치료와 관리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만성질환으로 바뀌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

파킨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뒤 병을 발견하는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로 위험군을 찾아내고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신약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파킨슨병 역시 혈압이나 당뇨처럼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병원 진료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파킨슨병 진단과 치료는 지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질환을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방향으로 의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파킨슨병 연구의 가장 큰 변화는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과거에는 손 떨림이나 몸이 느려지는 운동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뇌 안에서 병적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운동 증상이 시작되기 전 단계인 ‘전구기’를 찾아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저하 등이 대표적인 전구증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미래 파킨슨병 치료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연구 분야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가 커졌다. 유 교수는 “표정과 목소리, 손 움직임, 걸음걸이 등 일상적인 움직임에서도 파킨슨병 초기 신호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변화를 AI가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유 교수 연구팀도 AI를 활용한 균형 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가 10초 동안 서 있거나 30초 동안 걷는 데이터를 분석해 파킨슨병을 조기에 감지하고 낙상 위험까지 예측하는 연구다. 유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와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면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맞춤형 치료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증상 조절이 중심이지만 전 세계 연구진은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질병조절치료제(DMT)’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는 “가장 앞서 있는 분야는 파킨슨병 원인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를 제거하는 치료제”라며 “항체치료제와 백신, 응집 억제제 등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달라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대병원)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손상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회복시키려는 줄기세포 치료와 특정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며 “최근에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의 신경 보호 효과를 확인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들의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혁신 치료제가 개발될 때마다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지만 안전성과 효과를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희망을 갖되 현실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파킨슨병 진단과 치료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 교수는 “미래에는 혈액검사나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위험군을 선별하고 환자별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하는 정밀의학 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전망했다.

이어 유 교수는 “진료실에는 5년, 10년 이상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하고 운동하며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많다. 파킨슨병 진단은 삶의 끝이 아니라 관리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치료와 관리로 삶의 질을 유지하는 만성질환으로 바뀌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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