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공모에 44개 군 몰려 8.8대 1…농특세 활용 땐 재원 배분 쟁점
장기 정주·재정 지속성·지역 형평성은 본사업 전환 변수

농어촌 기본소득의 지속사업 전환 논의가 힘을 받고 있다. 충북 옥천 등 일부 시범지역에서 인구 반등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영구 도입과 지급액 상향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면서다. 지역화폐와 결합한 현금성 지원이 인구 유입과 지역 상권 회복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재원 조달과 효과 검증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인구 증가가 실제 장기 정주로 이어지는지, 농어촌특별세 등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지역별 여건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공개 언급은 농어촌 기본소득 논의를 시범사업 성과 검증 단계에서 지속사업 전환 논의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농어촌기본소득 2년 한시 도입인데도 이 정도 효과인데, 이를 영구적으로 도입하고 금액을 상향하면 훨씬 효과가 크겠지요?”라고 언급했다.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 우선순위와 정책 결단의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군 단위 예산이 1인당 2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며 “예산의 우선순위 문제”라고 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로 농어촌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농어촌특별세가 수조원대로 늘고 있다며 이를 농로·교량 등 기반시설 확보 중심이 아니라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진행된다.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10개 군 주민에게 개인당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이상 해당 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해야 하며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옥천 인구다. 옥천군 옥천읍 인구는 지난달 31일 기준 3만31명으로 13년 만에 3만명대를 회복했다. 옥천읍 인구는 2013년 2월 2만9913명으로 3만명 아래로 내려간 뒤 지난해 2월 2만8050명까지 줄었다. 이후 옥천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된 지난해 12월 한 달간 653명 늘었고 이후 5개월간 717명이 더 증가했다.
옥천군 전체 인구도 반등세다. 지난달 말 기준 옥천군 전체 인구는 5만423명으로 시범지역 선정 이전인 지난해 11월 4만8409명보다 2014명 늘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전입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인구 증가분이 실제 장기 정주로 이어질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지역의 정책 수요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사업 대상 지역 확대를 위해 추가 공모를 진행한 결과 44개 군이 신청했다. 기존 시범사업 실시 지역 10개 군을 제외한 인구감소지역 59개 군 가운데 상당수가 참여 의사를 낸 셈이다. 추가 선정 규모가 5개 군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경쟁률은 8.8대 1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농어촌 정책, 기본소득, 균형발전, 지방재정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대상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사업 대상 지역 추가 선정 절차를 공정하고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사업 전환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기본소득이 전입 증가를 유도한 흐름은 나타났지만 전입자가 실제 생활인구와 정주인구로 자리 잡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월 15만원 지급이 기존 소비를 지역화폐로 대체하는 수준인지, 외부 소비를 지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추가 효과를 내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재원 논의는 더 큰 쟁점이다. 농어촌특별세법은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산업기반시설 확충, 농어촌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농특세를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려면 기존 농업 생산기반, 농촌 생활 인프라, 지역개발 사업과의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역 간 형평성도 과제로 남는다. 대도시와 가까운 지역은 전입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교통·의료·교육 기반이 취약한 산간·도서 지역은 같은 금액을 지급해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실제 지역소멸 대응책이 되려면 현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주거·의료·돌봄·일자리 정책과 결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옥천의 인구 반등과 추가 공모 흥행은 정책 확산의 근거가 되고 있지만 본사업 전환은 초기 성과를 넘어 재정 지속 가능성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에 달려 있다"며 "대통령의 영구 도입 언급으로 추진 동력은 커졌지만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소멸 대응의 새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의 성과평가와 재원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