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땐 골조공정 차질

8일 오후 서울 한 역세권 개발사업 공사 현장. 평소 공사 차량이 오가던 출입구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분주하게 드나들던 차량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 안에서는 일부 작업이 이어졌지만 레미콘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레미콘 운반비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휴업에는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실질적인 운반비 개선을 위한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운송 노동자 고용 안정 보장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건설업계는 이들이 수도권 레미콘 운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휴업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건설현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레미콘 수급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평소 현장을 오가던 레미콘 차량 120여 대의 운행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공사가 전면 중단된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건설사들은 레미콘 공급 차질에 대비해 공정 조정과 작업 일정 변경에 나선 상태다.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현재 작업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현장 영향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공정 차질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본부는 내부 점검 결과 일부 사업장에서 골조 공정 차질이 발생했으며 타설 중단에 따른 공기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레미콘은 생산 직후 현장으로 운반해 타설해야 하는 특성상 재고 비축이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휴업이 길어질 경우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루 이틀 정도는 공정 변경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골조 공사 일정과 인력 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공사 기간 연장과 추가 비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도 레미콘 운송거부 장기화 시 주요 건설현장과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했다. 협회는 공기 지연과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며 수도권 배치플랜트 설치 요건 완화 등 레미콘 공급 안정화 방안 마련도 건의했다.
레미콘 공급을 담당하는 제조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운송 차량 부족으로 출하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생산과 공급 모두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운송 차량이 없으면 생산한 레미콘을 현장으로 보낼 수 없어 정상적인 출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운송자를 통해 급한 물량 위주로 일부 공급하고 있지만 평소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출하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물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건설사뿐 아니라 레미콘 업체 입장에서도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미콘 운송노조의 집단행동은 과거에도 운송비 협상을 둘러싸고 반복돼 왔다”며 “휴업이 장기화되면 공사 기간과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적정 수준의 타협점을 찾으며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