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력주의의 승자는 성공이 전적으로 자신의 공로라고 믿는다.”
미국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저명한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능력주의 사회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문제는 단순히 성과를 보상받는 데 있지 않다. 성과를 낸 사람이 더 큰 몫을 가져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기준이 끝없이 상향되는 구조 자체다. 최근 산업계 곳곳으로 번지는 성과급 갈등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성과급 협상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 속에서 노조는 과도한 수준의 성과급 확대를 요구했고 총파업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배경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파격적인 성과급 사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 호황기에 수억원대 보상이 알려지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왜 우리는 그만큼 받지 못하느냐”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철강업계에서도 경쟁사 보상 수준이 새로운 협상 기준처럼 작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 인상률이 핵심 쟁점이었다면 이제는 “회사가 얼마나 벌었고 그중 얼마를 나눌 것인가”가 노사 갈등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하청업체와 주주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 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원청 직원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데 하청은 수백만원 수준”이라는 불만이다. 주주들 역시 기업 실적이 좋아질수록 더 많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다.
문제는 쏟아지는 분배 요구 속에서 미래 투자와 산업 생태계 유지, 협력업체와의 상생 같은 가치가 점점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정작 한국 산업계는 내부 분배 갈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모습이다.
샌델은 능력주의 사회가 결국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좌절을 남긴다고 지적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더 많은 보상과 더 큰 몫을 요구하는 경쟁이 반복될수록 사회 전체에는 연대보다 상대적 박탈감만 남게 된다. 이번 사태 이후 갈등만 남지 않도록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함께 성장시킬 것인가”의 논의가 지속돼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