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2명 vs 질병 19명’…사고보다 무서운 ‘질병성 산재’ 관리 구멍 [K-조선 안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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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자 11명→21명…주요 조선소 중 증가폭 최대
사고 사망 2명 그친 반면 질병 사망 19명…직업성 질병 관리 도마 위
조선업 호황 속 생산 확대 본격화…하청·협력업체 보건 안전망 과제로

HD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1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들 사망자 대부분이 일터에서 얻은 질병성 재해로 분류됐다는 사실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선업 산재 대책의 범위를 기존의 재래형 현장 사고 예방에서 소음·분진·고강도 노동에 따른 직업성 질병 예방 및 보건 관리 영역으로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자는 2024년 11명에서 2025년 21명으로 증가했다. 주요 조선소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재해자 수는 563명에서 612명으로 늘었고, 월평균 재해자 수도 46.92명에서 51.00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 구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자 21명 중 사고 사망자는 2명에 그쳤다. 나머지 19명은 질병 사망자로 집계됐다. 중대재해 사고가 여전히 조선업 안전의 핵심 이슈이지만, 통계상으로는 질병성 산재가 사망자 증가를 이끈 셈이다. 조선소 현장의 안전 논의가 사고성 재해 중심에서 장시간 노동, 유해물질 노출, 고강도 작업, 고령 노동자 건강관리 등 보건 영역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 전체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조선업 전체 재해자 수는 3512명으로 2024년 3536명보다 소폭 줄었다. 사고성 재해자는 1848명에서 1632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질병성 재해자는 1688명에서 188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사고 사망은 15명에서 10명으로 줄었지만, 질병 사망은 39명에서 5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가 54명에서 62명으로 늘어난 배경에 질병성 산재 증가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도 질병성 산재 증가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025년 조선업 전체 사망자는 62명으로 최근 5년 기준 가장 많지만, 사고 사망자는 2024년 15명에서 2025년 10명으로 줄었다”며 “질병 사망은 암 등 과거 조선업 종사 이력과 근로복지공단 판단이 반영되는 만큼 조선업 경기, 종사자 수, 산재 승인 시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세는 뚜렷하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6% 증가했다. 문제는 호황의 속도를 현장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따라가고 있느냐다. 고선가 선박과 넉넉한 수주잔고는 실적을 끌어올리지만, 동시에 생산 물량과 투입 인력을 늘린다. 납기 대응 과정에서 하청·협력업체와 물량팀 활용이 확대되면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박 의원은 하청·협력업체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6년 1분기 ‘선박건조 및 수리업’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3명이 모두 수급인 소속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하청·협력업체 노동자까지 포괄해 현장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D현대 측은 질병 사망자 증가와 관련해 “통계에 반영된 질병 사망자는 대부분 1980~1990년대 근무했거나 퇴직한 뒤 발생한 질병이 산재로 승인된 사례”라며 “현재 재직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승인 사례는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작업환경 관리가 강화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확립되면서 중증 질환 발생은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재해자 수 증가에 대해서는 “업무상 산재 처리 시 법정 산재보상금 외에 휴업 급여 일부를 추가 지원하는 제도 영향으로 내부적으로 산재 신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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