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 만에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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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레터링 문신 모두 만장일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시술자 직업 자유·피시술자 행복추구권 보장 강조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34년간 유지해온 판례를 뒤집었다. 문신 시술이 질병 예방·치료와 무관하고 비의료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 피시술자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 전합(각 주심 오석준·권영준 대법관)은 21일 두피 문신 시술을 한 A 씨와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B 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에 각각 환송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행하는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 및 서화문신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적인 문신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종전 판례를 변경한다”고 선언했다. 대법원이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지 34년 만이다.

대법원은 판례 변경의 근거로 의료환경 변화와 사회적 인식 변화, 기본권 보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문신행위는 의학·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해왔고, 통상적인 미용문신행위는 질병의 예방·치료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봤다.

또 문신 시술은 미적 지식과 기능, 경험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시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게 반영됐다. 대법원은 2021년 여론조사와 2023년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이 ‘오직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입장과 거리가 있다고 봤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준과 경찰공무원 임용 규정 개정 등 제도적 변화와 내년 10월 시행 예정인 문신사법도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대법원 (연합뉴스)

기본권 측면에서는 두 사건 모두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레터링 문신 사건에서는 서화문신의 특성상 시술자와 피시술자가 도안 제작·선택 단계에서부터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적 서사를 반영한 도안을 선택하는 점을 들어 예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도 보호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법원은 “의료인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반인으로 하여금 미용문신행위를 위해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미용문신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용문신행위에 의료인 자격을 요구할 경우, 의료인이 아니면서 미용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의료인 면허라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미용문신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기본권 향유의 기회를 사실상 봉쇄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신 시술은 안전한 시술을 위한 기술을 넘어 피시술자가 원하는 수준의 심미적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며 “이러한 추가적인 능력은 의료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의료인에게만 미용문신시술을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미용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일반적 인격권,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통한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용산구 자신의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B 씨는 2019년 5월 경기 성남시의 한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하고 35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다만 문신사법 시행 전이라도 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은 내년 10월 29일 시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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