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 싸움 끝나도 후유증…“위원장 덕에 여기까지” vs “르팡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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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은 막았지만 남은 균열…잠정합의안 두고 노조 내부 찬반 격돌
‘성과급 선례’에 노노갈등까지…제조업 전반 ‘성과급 도미노’ 우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생산 차질 위기는 넘겼지만,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부상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가 국내 제조업 보상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선례’를 남긴 데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내부 이해관계 충돌이 노조 내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1일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제조업 성과급 기준 자체를 흔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영업이익과 보상을 장기적으로 연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는 물론 계열사, 제조업 전반으로 유사 요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제조 계열사와 금융·서비스 계열사 보상 체계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력업체 부담 역시 변수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에는 1~3차 협력사를 포함해 약 1700곳이 연결돼 있는데 원청 보상 체계 변화가 중소 협력사의 임금 부담과 인력 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 노조의 순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조의 원청 성과급 논의 요구 등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노노갈등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잠정합의안 공개 이후 노조 내부 게시판과 텔레그램 등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위원장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정부와 언론 압박 속에서도 성과를 냈다”며 협상단을 옹호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노조 힘을 유지해야 다음 협상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반면 성과급 재원 비율 조정과 장기 조건 부여 등을 두고는 “2월 안보다 후퇴했다”, “독소조항이 많다”, “사측 요구가 반영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등을 둘러싼 불만도 표출됐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해당 조직을 ‘르팡’(월급도둑을 뜻하는 월급루팡의 줄임말)으로 지칭하며 “특정 사업부가 소외됐다”, “노조가 내부 갈등을 키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는 “투표 이후 노조를 탈퇴하겠다”, “이직을 준비하겠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의견까지 내놓으며 조직 결속력 약화를 우려했다. 한 조합원은 “유능한 인재가 떠나거나 남더라도 예전 같은 헌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반대표를 예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기 적용 조건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결이 맞다”는 의견과 함께 “메모리사업부 수혜가 큰 만큼 결국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업계는 총파업 위기 자체보다 이번 합의 이후 나타날 내부 후유증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성과급 체계 개편이 삼성전자 조직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지, 새로운 보상 기준으로 정착할지가 향후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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