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2만곳 기부금 11조원 뜯어보니…상위 15곳에 4조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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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공익법인 2만1318곳 운영 실태 첫 공개
총자산 406조원 중 고액자산 법인 473곳이 78% 보유
공시대상 기업집단 공익법인 수 SKㆍ삼성ㆍHD현대 순

▲(사진=AI 생성)

기부와 장학, 복지, 의료, 교육을 명분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의 돈 흐름이 처음으로 한눈에 공개됐다. 전체 기부금 수익은 11조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38%가 상위 15개 법인에 집중됐다. 총자산은 406조원으로 집계됐고 자산 1000억원 이상 고액자산 공익법인 473곳이 전체 자산의 78%를 보유했다.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을 받는 만큼 기부금이 어디서 들어와 어디에 쓰이는지 국민이 쉽게 비교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공익법인 2만1318개의 운영 실태를 종합 분석한 ‘2026년 공익법인 연차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결산서류 공시 내용을 토대로 공익법인의 자산, 수익, 비용, 기부금, 모금비용, 분배비용 등을 집계한 것이다. 그동안 홈택스에서 법인별 결산서류를 열람할 수는 있었지만 공익법인 전체의 기부금 규모나 분야별 재원 구조,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 현황을 한눈에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기부금 11조원…상위 15곳에 4조원 집중

▲(사진=AI 생성)

공익법인 수는 사회복지 분야가 5663개로 전체의 2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 4782개, 학술·장학 4459개, 교육 3110개, 예술문화 2152개, 의료 1152개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7084개, 경기 2778개, 인천 578개로 수도권에 전체의 49%가 몰려 있었다.

돈의 규모로 보면 공익법인은 이미 거대한 민간 공익 인프라다.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을 합한 총 사업수익은 20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부금 수익은 11조원으로 전체 사업수익의 5% 수준이었다. 공익사업 수익만 놓고 보면 전체 156조원 중 기부금은 11조원으로 7%를 차지했고, 보조금은 63조원, 그 외 수익은 80조원이었다. 학교법인의 등록금 수입이나 사회복지시설 사용료 부담금처럼 공익목적사업의 대가성 수입이 기부금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기부금은 일부 대형 법인에 쏠렸다. 상위 15개 공익법인의 기부금 수익은 4조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38%를 차지했다. 전체 공익법인의 0.1%도 안 되는 법인에 기부금 10원 중 4원 가까이가 몰린 구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수익은 8477억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8% 수준이었다.

개인 기부금만 보면 월드비전이 19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674억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1396억원,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1377억원, 어린이재단 1162억원 순이었다. 영리법인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51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혈액암협회 1043억원,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923억원, 어린이재단 72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총자산 406조원…고액자산 법인 473곳이 78% 보유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 현황 (자료제공=국세청)

자산 쏠림은 기부금보다 더 뚜렷했다. 공시 공익법인의 총자산은 406조원으로, 금융자산 159조원, 부동산 127조원, 그 외 자산 98조원, 주식 21조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총자산 1000억원 이상 고액자산 공익법인은 473개로 전체의 2.2%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317조원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고액자산 공익법인은 교육 분야가 202개로 가장 많았다. 기타 105개, 의료 71개, 학술·장학 56개, 예술문화 21개, 사회복지 18개 순이었다. 상시근로자 수가 1000명을 넘는 고액자산 공익법인은 113개로, 주로 대규모 의료법인과 학교법인이었다.

기부금 수령 규모도 대형 법인이 압도했다. 고액자산 공익법인의 1개 법인당 기부금 수령액은 137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의 법인당 기부금 수령액 8억원의 약 17배였다. 고액자산 공익법인은 영리법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2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고, 개인 기부금은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기부금이 실제 수혜자에게 얼마나 직접 전달됐는지도 비교할 수 있도록 분배비용을 공개했다. 분배비용은 장학금이나 지원금처럼 수혜자 또는 수혜단체에 직접 지급하는 비용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분배비용은 789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3680억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3565억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903억원,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235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공익법인 231곳…특수관계 주식 보유도 공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도 별도 분석 대상에 올랐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72개 기업집단이 231개 공익법인을 운영했다. SK그룹이 25개로 가장 많았고 삼성그룹 13개, HD현대그룹 11개가 뒤를 이었다. 사업유형별로는 학술·장학 법인이 82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총자산은 31조9000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자산의 8%였다. 자산 구성은 금융자산 10조5000억원, 주식 9조5000억원, 부동산 6조6000억원, 그 외 자산 5조3000억원 순이었다. 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전체 공익법인보다 주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삼성문화재단의 보유 주식은 1조7000억원, 현대차정몽구재단은 4645억원, 엘지연암학원은 3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보유 주식은 모두 특수관계 있는 주식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 자체가 곧바로 위법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제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이 특수관계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할 경우 공익 목적과 지배력 유지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어 지속적인 공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모금비용도 기부자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제시됐다. 월드비전의 모금비용은 326억원, 어린이재단은 324억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66억원,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은 231억원이었다. 다만 모금비용 규모만으로 법인의 효율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복 후원자를 모집하는 국제구호·아동후원 단체와 장학·연구 지원 중심 법인의 운영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는 국세청의 공익법인 관리 강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공익법인은 출연재산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결산서류 공시, 출연재산 보고,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 공개 등 의무를 진다. 국세청은 2008년 결산서류 공시제도 도입 이후 2021년 공익법인 지정추천 업무를 주무부처로부터 이관받아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관리하고 있다.

국세청은 기부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자금을 사유화하는 등 건전한 운영을 저해하는 불성실 공익법인에 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 누구나 공익법인의 활동을 쉽게 이해하고, 기부자가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는 투명한 공익법인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이번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며 “공익법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여 국민이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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