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패 정책과 유사…공급 규모·세부 계획이 관건"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격돌하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청년층을 부동산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두 후보 모두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했지만,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19일 본지 분석에 따르면 두 후보는 모두 청년이 집값 일부만 부담하고 입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확연히 다른 길을 택했다. 정 후보는 신혼부부를 위한 실속형 분양주택 1만 가구와 공공임대주택 3만 가구를 공급하는 '청년·신혼부부 3대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실속형 분양주택은 노후 공공임대주택(영구임대주택단지) 재건축과 9·7 대책에 따라 도심 내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 일부를 활용해 1만 가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분적립형, 이익공유형, 토지임대부 등 초기 분양가 부담을 대폭 낮춘 형태가 도입된다.
지분적립형은 초기 주택 지분의 10~25%만 부담하고 입주한 뒤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분할 매입하는 방식이다. 청년층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100% 자가 소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방식은 과거 여러 정부에서 이미 한계를 드러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보금자리주택에 도입했던 '분납형 임대아파트' 역시 초기 분양가의 30%로 입주한 뒤 4년 차와 8년 차에 각각 20%씩, 10년 차에 나머지 30%를 내는 구조였다. 그러나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2021년 문재인 정부도 '8·4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다시 추진했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후보가 발표한 '부모찬스 대신 서울찬스' 공약 역시 과거 정책과 유사성이 거론된다. 청년이 초기 자본 20%만 부담하면 나머지 80%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지분을 소유해 청년이 '내 집'을 매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투자 결합 모델이다. 이후 주택 매각 시 발생하는 손익은 지분 비율에 따라 SH와 청년이 8대2로 나누는 구조다. 공공이 자본금을 대주는 일종의 '공동 투자자'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최초로 도입했던 '손익공유형 모기지론'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낮은 고정금리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정책 매력이 떨어졌고 판매 실적도 급감했다. 취지는 긍정적이었지만 정책 지속성과 수요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두 후보가 발표한 공약은 이미 과거에 한 번씩 시행됐던 정책들로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며 "실질적인 해법은 공급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시의 주택 규모를 고려할 때 주택 품질 개선과 안정적인 물량 소화가 가능하도록 연간 10만 가구 이상씩 꾸준히 공급·정비해 나가는 '장기 로드맵'을 보여줘야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양 후보의 공약은 정부 물량을 일부 차용하거나 기존 사업을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개념적인 아이디어 경쟁을 넘어 '어디에, 얼마에 공급하고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세부 실행 계획이 공약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층 대다수가 자산 형성이 되지 않아 집을 살 여력이 없고 당장 소유를 원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양 후보가 '집을 사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청년들의 주거 현실을 오판한 선심성 공약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임차 여건'과 주거 사다리"라며 "청년들의 자산 능력을 도외시한 과도한 주택 매입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주거비 고통을 덜어주는 보편적 월세 보조나 임차 환경 개선 공약이 청년층에게 시의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두 후보는 청년 월세 지원 정책 공약도 했다. 정 후보는 청년 월세 지원 대상을 기존 2만 명에서 5만 명으로 확대해 임기 중 총 20만 명에게 월 2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오 후보는 2021년 시장 재임 시절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월세 대상자 2만2000명을 선발해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최근까지도 서울시정을 이끌며 청년 월세 지원 제도를 지속해서 시행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