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순간이 현재 강세장의 종료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반도체주 급등이 실적 개선을 반영한 재평가인지, 특정 종목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과열 신호인지를 두고 시장 해석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논란이 개별 종목 투자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TF 상품으로 분산 투자한다고 생각한 개인 투자자들도 실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상당 부분 노출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약 22%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고,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85% 수준까지 근접한 상태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 시스템즈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와 GE를 제치고 S&P500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그해 순이익은 GE의 20%, 마이크로소프트의 28% 수준에 불과했다. 이익 규모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과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 순위가 바뀐 것이 버블 종료 국면과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상황을 과거 버블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약 48% 수준이지만 12개월 예상 순이익 비중은 약 72%에 달한다”며 현재 강세장이 펀더멘털에 기반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6년 예상 순이익은 280조원, SK하이닉스는 208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적 역전 없이 주가 급등만으로 시가총액 순위가 바뀌는 경우를 버블 과열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코스피200이나 국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개별 종목을 직접 사지 않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상당 부분 노출될 수 있다.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흐름이 지수형 ETF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진다.
개별 반도체 ETF에서는 이런 쏠림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운용사들은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투자자 관심을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높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13일 ‘KODEX AI반도체’ ETF를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의 편입 비중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해 양사 합산 비중을 50%까지 높이고, 편입 종목 수도 기존 24개에서 최대 15개 수준으로 줄였다.
시장에서는 본래 분산투자를 내세운 ETF가 실제로는 특정 대형 반도체주 중심 상품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종목을 피하려고 ETF를 선택했더라도,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어진다면 이 같은 구조는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AI 수요 기대가 꺾이거나 반도체 업황이 흔들릴 경우 지수형 상품과 연금 수익률까지 함께 출렁일 가능성도 커진다.
증권가의 AI 버블 경고가 개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개별주가 아니라 ETF로 분산 투자했다”는 판단과 달리, 실제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이미 AI 반도체 비중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강세장이 이어질수록 투자자들은 수익률뿐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ETF 안에 어떤 종목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