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배 폭증한 주식병합... '숫자' 뒤에 숨은 절박함 [동전주 탈출 러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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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제도 개편 7월1일 시행
시장신뢰 회복·기업가치 제고 명분
5대1·10대1 수준 병합 잇따라
기업가치 변동 없이 1주 주가만 상승
일시적 저평가 기업 퇴출 우려 여전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올해 들어 일명 동전주(주당 1000원 미만 주식) 탈출을 위한 주식병합 사례가 급증했다. 정부가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상장사들이 생존을 위한 대응에 나선 결과다. 표면적으로는 주가 안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폐를 피하기 위한 '응급처방'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병합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197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곳과 비교하면 약 28배 급증한 수치다. 주식병합은 여러 주를 합쳐 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예컨대 5대 1 병합을 하면 기존 5주가 1주로 바뀌고 주가는 5배가 된다. 기업가치나 시가총액 증가 없이 주당 가격만 올라가는 구조다.

5월 들어서만 주식병합 결정 공시(정정 포함)를 낸 곳은 총 46곳이다. 이중 △금호전기 △페이퍼코리아 △엔케이 △이스타코 △KR모터스 등 코스피 상장사들도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이들 종목은 병합 전 모두 주당 1000원 아래에서 거래되던 종목들이다.

상장사들이 이처럼 주식병합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상폐 제도 개편이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폐 개혁방안' 시행을 위한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정부는 기존 국내 증시가 '상장은 많고 퇴출은 적은 구조'로 운영되면서 부실 기업이 누적됐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상폐 문턱을 높이고 부실 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신설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폐 절차를 밟게 된다. 해당 제도는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정책 변화에 동전주를 보유한 기업들이 서둘러 주식병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5대1, 10대1 수준의 병합 사례가 잇따른다.

특히, 중소형 코스닥 기업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실적 부진과 투자심리 악화로 주가가 장기간 하락한 기업들이 적지 않은 데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이 반복되며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난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주가 희석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동전주로 전락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국내 증시에 '좀비기업'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질 경쟁력을 잃었음에도 상장 지위를 유지하며 반복적인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전주 상태가 지속되면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폐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주식병합은 가장 빠르게 주당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가 만으로 기업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바이오나 신기술 기업처럼 적자 상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산업 특성상 일시적인 저평가 기업까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동전주 기준 도입 자체가 시장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현금창출력이 약하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상장 유지 자체가 최대 과제가 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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