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우리는 한 몸 한 가족”…노조 “신뢰 회복 우선”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위기 속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총수의 공개 사과와 경영진의 대화 제안, 정부 중재, 교섭대표 교체까지 이어지며 협상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다. 18일 재개되는 중앙노동위원회 교섭이 총파업 현실화를 막을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18일 오전 10시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을 재개한다. 이번 협상에는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조정 과정에 참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11~12일 진행된 사후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중노위가 14일 추가 협의를 요청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교섭은 한 차례 더 무산됐다.
이후 분위기 반전을 위한 움직임이 잇따랐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총파업 우려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조에 대화 복귀를 요청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은 직접 노조를 찾아 교섭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노조와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중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를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기존 김형로 부사장 대신 여명구 피플팀장을 새 대표교섭위원으로 선임했다. 다만 김 부사장 역시 교섭 이해도를 고려해 발언 없이 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급히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노사 갈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를 향해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회장의 메시지에 일정 부분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사전 미팅 이후 “새 교섭대표가 노사 신뢰가 깨진 점에 대해 사과했고 노사 상생을 위해 조합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직원들이 회사와의 신뢰 훼손을 이유로 조합에 가입했고 DS부문 가입률은 85% 수준”이라며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교섭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계 안팎에서는 교섭대표 교체와 총수의 공개 사과, 정부 중재가 동시에 이뤄진 점을 두고 총파업 현실화를 막기 위한 삼성전자와 정부의 막판 협상 동력 확보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고 현재 연봉의 50% 수준인 초과이익성과금(OPI) 상한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OPI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DS부문 특별성과급을 추가 지급할 경우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사전 미팅 결과를 공유한 뒤 주말 동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요구안 수용 범위와 중노위 교섭에 제시할 협상안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 역시 노조 요구와 교섭 경과 등을 보고받고 대응 방향을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