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보다 증시로”…8000 시대의 머니무브 [돈의 질서가 바뀐다 上-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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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활황이 한국인의 자산 흐름을 바꾸고 있다. 코스피가 8000선까지 치솟는 초강세장이 펼쳐지자 은행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부동산 대기자금과 연금 자산까지 금융시장으로 흘러들며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가파른 랠리는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운 심리)를 키웠고, 빚투와 단기 과열 부담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돈은 다시 증시 주변에 머물고 있다. 예적금에서 증시로,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국내 증시 활황이 한국 사회의 돈의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코스피 지수가 강세장에 들어서면서 시중자금의 흐름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증시 주변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예금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투자자예탁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등은 두 자릿수 불어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703조8332억원(14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674조84억원) 대비 4.4%(29조824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시 활황으로 여유자금이 늘었는데도 은행에 흘러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기예금은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줄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15일 기준 937조9309억원으로 지난해 말 939조2863억원보다 1조3554억원 감소했다. 4월 말 937조1834억원과 비교하면 7475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말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고금리 예금에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기보다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증시 주변자금 증가 속도는 은행권 예금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1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33조5088억원으로 지난해 말 87조8291억원보다 45조6797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52.0%에 달한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증가율 4.4%와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수치다. 정기예금이 소폭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계좌에 넣어둔 돈이다. 실제 매수로 집행되기 전 대기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증시 진입 의사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한 뒤에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기보다 증권계좌 안에 남겨두면서 추가 매수 기회를 기다리는 흐름이 강해진 셈이다. 이달 들어서도 증시 대기자금 유입은 가팔랐다. 4월 말(124조7591억원)보다 8조7497억원이 급증했다.

CMA 잔액도 100조원대에 올라섰다. 14일 기준 CMA 잔액은 101조6493억원으로 지난해 말(88조6141억원)보다 14.7%(13조352억원) 늘었다. CMA는 하루 단위로 이자를 받으면서도 주식 매수 자금으로 곧바로 활용할 수 있어 대표적인 증권계좌형 대기자금으로 꼽힌다. 단순 현금 보유보다 수익성을 추구하면서도 증시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투자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기예금처럼 만기가 고정된 상품보다 예탁금, CMA, RP처럼 수익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계좌로 자금이 이동하는 셈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예탁금은 6개 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는데 과거 최소 7분기 연속 자금 유입이 지속했음을 감안하면 향후 2분기 이상 주식시장 머니무브가 추가 지속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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