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정작 서로가 없으면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하기 힘든 사이가 있다. 바로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디커플링’, 중국은 ‘자강’을 외치며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과 중국은 다시 정상회담장에 마주 앉았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양국 관계가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미국은 농산물·에너지·투자 협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자리에는 애플 팀 쿡, 테슬라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 젠슨 황 등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의 언어는 냉전이지만, 경제의 장부는 여전히 동거에 가깝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이어왔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양국은 다시 관세와 수출통제를 무기로 맞섰다.
무역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 수출은 1063억 달러, 수입은 3084억 달러로 집계됐다. 대중 상품 무역적자는 2024년 2955억 달러에서 2025년 2021억 달러로 줄었다. 올해 1~3월에도 미국은 중국에 273억 달러를 수출하고 608억 달러를 수입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단절이라고 부르기에는 여전히 큰 흐름이다.
더구나 무역은 단순히 ‘미국 대 중국’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국산 중간재가 동남아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거나, 미국 기업이 생산지를 옮겨도 핵심 부품과 소재는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뉴욕연방준비은행도 최근 미·중 무역정책 변화가 컸지만 전체 무역수지에는 생각보다 제한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은 이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해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미국 자동차·반도체·방산 공급망을 압박했고, 미국은 관세와 수출규제로 맞섰다. 이후 협상으로 일부 숨통은 트였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싸우면서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양국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액을 꾸준히 줄여왔다. 2013년 1조3000억 달러를 넘겼던 보유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6933억 달러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줄였다’와 ‘버렸다’는 다르다. 미국 재무부 자료 기준 중국은 여전히 일본,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2월 기준 일본은 1조2393억 달러, 영국은 8973억 달러, 중국은 6933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들고 있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달러 중심 국제 금융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벗어나기 어렵다.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더라도 미국 국채만큼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안전자산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역시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감당하려면 해외 투자자의 국채 수요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동시에 쥐고 있는 관계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을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생산기지를 인도와 동남아로 분산하고,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소비시장인 동시에 제조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애플은 2025회계연도에 중화권에서 643억7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 4161억6100만 달러의 약 15% 수준이다. 과거보다 비중은 낮아졌지만, 애플 입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핵심 시장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변화가 더 극적이다. 2026회계연도 기준 중국·홍콩 고객 본사 소재 매출은 196억77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9% 수준이다. 기존 초안의 ‘약 17%’ 표현은 최신 공시 기준으로는 수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강화되면서 엔비디아는 중국 데이터센터용 첨단 칩 시장에서 사실상 제약을 받고 있다고 공시했다. H200 칩 일부 판매 허가가 나왔지만,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말 기준 해당 프로그램에서 매출을 아직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동행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가장 첨예한 영역임에도,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문이 완전히 닫히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 수출통제가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뜻에 가깝다.

반면 사람의 교류는 예전만 못하다.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감소세다. 오픈도어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26만5919명으로 전년보다 4% 줄었다. 중국은 여전히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유학생 송출국이지만, 2019~2020학년도 37만 명대였던 정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관광도 회복은 더디고 불안정하다. 중국인의 미국 방문은 일부 월별 지표에서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미·중 갈등, 비자 문제, 항공편 부족, 여행비 부담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경제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사회적 신뢰와 인적 교류는 오히려 약해진 셈이다.
결국 미·중 관계의 현주소는 ‘결별’보다 ‘불편한 공생’에 가깝다. 미국은 중국 없이 공급망과 소비시장을 설명하기 어렵고, 중국은 미국 없이 달러 금융 시스템과 첨단기술 생태계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서로를 향한 불신은 커졌지만,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두 나라는 헤어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역 장부, 국채 잔고, 기업 매출, 희토류 공급망은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은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 헤어질 수 없는 두 강대국이 얼마나 비싸게 서로를 견딜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