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에 나섰다. 계곡 주변 평상과 데크, 천막 등 불법 점용 시설을 둘러싼 민원이 매년 반복되면서 공공 하천 접근권을 둘러싼 갈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1일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지원단’을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까지 전국 하천·계곡 불법시설 7만2658건을 확인했으며, 지원단은 이를 바탕으로 정비 계획을 수립해 관리할 예정이다.
계곡 불법시설 논란은 단순히 음식값이나 자릿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할 하천·계곡 주변 공간이 일부 영업장의 좌석처럼 운영되면서 피서객과 업소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여름에도 계곡 접근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8월 14일 유튜브 채널 ‘찰스알레’에 공개된 영상에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계곡에서 유튜버가 계곡으로 내려가려다 숙박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제지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서 해당 직원은 계곡 입구와 맞닿은 마당이 사유지라며 숙박객만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계곡으로 향하는 통로와 업소 사유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갈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곡 인근 업소의 건물과 마당은 사유지일 수 있지만, 하천과 물길 자체를 사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장에서는 피서객이 어디까지가 사유지이고 어디부터가 공공 하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손님만 이용 가능”, “음식 주문 필수”, “평상 이용료” 등의 방식으로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계곡 평상 논란은 직접적인 자릿세 부과 방식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5일 남도일보에 따르면 전남 담양의 한 계곡에는 물 위로 평상과 테이블이 설치돼 있었고, 주변에는 천막과 조리시설도 들어서 있었다.
현장에는 ‘자릿세 없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자리에 앉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백숙 한 그릇 가격은 9만 원을 웃돈 것으로 보도됐다.
이처럼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은 음식값이지만, 실제로는 계곡 주변 자리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평상과 테이블이 업소 이용객에게만 제공될 경우 일반 피서객의 접근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계곡 평상 논란은 고가 메뉴 논란을 넘어 공공 하천 주변 공간을 특정 업소가 사실상 영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불법시설이 매년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름 성수기 수익 구조가 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계곡 주변 자리가 매출과 직결된다. 업소가 평상이나 그늘막을 설치해두면 피서객은 해당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이용료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단속 이후 시설이 철거되더라도 다음 성수기에 다시 설치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일부 업소가 단속 위험을 감수하고 시설을 다시 설치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계곡 주변에 설치된 평상, 데크, 천막, 물막이 시설 등은 집중호우 때 물 흐름을 방해하거나 떠내려가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피서객 편의를 위해 설치한 시설이 장마철이나 국지성 호우 때 위험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행안부는 확인된 불법시설을 바탕으로 하천·계곡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계곡 평상 논란이 가격 문제를 넘어 공공공간 이용과 안전 문제로 확산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현장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