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배분이냐 국가 발전이냐…‘성과급 전쟁’에 던진 정의선 회장의 일침

기사 듣기
00:00 / 00:00

정의선 “주주·국가 발전 고려해야”…노사 갈등 향한 공개 메시지
현대차 노조, 순이익 30% 성과급 요구…AI 고용 보장도 핵심 쟁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돌입한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주주와 국가 발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미래차 전환기를 둘러싼 국내 제조업의 ‘성과 배분 딜레마’가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EV)·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성과급 확대 요구와 대규모 미래 투자 사이 균형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제조기업에서 성과급 체계와 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대표 제조업 그룹 총수가 ‘국가 발전’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미래 산업 주도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제시했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 퇴직자 차량 할인 유지, 신규 인력 충원 요구도 포함됐다. 특히 AI·자동화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공장 미래차 물량 확보와 고용 안정 요구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역시 과거 내연기관 중심 대량 생산 체제에서 EV·SDV 중심 구조로 전환하면서 기존 고비용 생산 구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사우디 생산 거점 구축, 인도·동남아 시장 확대 등 대규모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생산 안정성과 투자 속도, 공급망 운영 효율성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차 시장에서는 단순 생산량보다 투자 속도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기업 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번 발언이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성과급 전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황 호황기에 형성된 고성과 보상 체계가 사실상 고정비처럼 굳어질 경우 미래 투자 여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의선 회장(왼쪽)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오른쪽) 등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실제 글로벌 대외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중동 전쟁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 공장 건설 일정이 지연되고 중동 판매도 감소했다고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현대차그룹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직접 인정한 것이다.

그는 중동 정세 영향을 묻는 질문에 “우려 많이 된다”며 “사우디 공장도 짓고 있는데 지금 좀 늦어질 것 같고 판매도 중동 쪽에서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곧 끝나겠지만 끝난 후 잘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 내 CKD(반조립제품) 기반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5만 대 규모로 EV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가동이 목표다.

정 회장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한 위기감도 드러냈다. 그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체질 개선과 신기술 역량을 더 다져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굉장히 빠르고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