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당금 입금 당일 노무사 계좌로 자동이체…法 “부정수급으로 보기 어려워”

기사 듣기
00:00 / 00:00

입금 당일 CMS 자동이체로 전액 노무사 계좌로
법원 “막도장·불분명한 필체…허위 청구 가담 단정 못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근로자들 명의 계좌에 입금된 체당금이 곧바로 노무사 계좌로 자동이체된 사건에서, 해당 근로자들을 부정수급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돈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최근 건설현장 근로자 A 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 등은 2019년 11~12월 서울 마포구 소재 건설현장에서 벽체칸막이 설치 작업 등 근로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 등의 부탁으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서류 작성에 협조했고, 이후 2020년 5월 18일 간이대지급금(소액체당금) 명목으로 각 700만원을 이체받은 뒤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주에게 돌려줬다.

이와 별개로 노무사 B 씨는 2020년 5월 27일 원고들 명의로 소액체당금 7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액체당금 지급청구서를 제출했고, 이튿날인 28일 원고들 계좌에 소액체당금 700만원씩이 입금됐다. 그러나 해당 금액은 입금 당일 CMS 자동이체 방식으로 전액 B 씨 계좌로 빠져나갔다.

공단은 A 씨 등이 실제로 근로하지 않았는데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았다며 지난해 2~3월 대지급금 환수 및 부당이득 추가징수처분을 했다.

A 씨 등은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사업주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고, 대지급금은 노무사 계좌로 자동이체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지급금이 전부 노무사에게 이체돼 아무런 실질적 이득을 얻지 못했음에도 대지급금 전액 환수에 추가 부당이득까지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A 씨 등이 실제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조사 결과와 임금 지급 내역 등을 종합해 “이 무렵 원고들의 임금이 체불되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또 A 씨 등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대지급금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사업주의 부정수급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소액체당금 지급청구서에 날인된 원고들의 인영이 임의 제작이 가능한 ‘막도장’에 의한 것이라는 점 △서명 필체도 원고들 것인지 불분명한 점 △주민등록등본은 모두 2019년 11월 22일께 발급된 것으로 대지급금 지급 청구를 위한 서류가 작성된 2020년 1월 중순과는 상당한 시차가 있고 건설현장 채용 시 통상의 임금지급 절차나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공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지급금은 원고들 계좌에 입금된 당일 CMS 자동이체로 즉시 B 씨 계좌로 출금됐고, 이는 사업주가 범한 부정수급 범행의 수법 중 하나로 보인다”며 “원고들 명의 계좌를 대상으로 CMS 자동이체 방식의 출금 신청이 이루어진 시점이나 경위, 원고들이 이에 동의하거나 필요한 서류 작성에 협조하였는지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원고들이 이 사건 대지급금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