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및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코스닥 우량기업의 이전상장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13일 종가 기준) 기업인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닥 시장 규모 축소는 물론 넓게는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13일 호소문을 통해 “코스닥시장에서 일정 규모로 성장한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코스닥시장의 정체성과 혁신 생태계에 대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킨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회는 “코스닥은 단순한 자금조달 시장이 아니라, 혁신 벤처기업이 도약하는 플랫폼”이라며 “선도기업이 시장에 남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투자자의 신뢰가 유지되고, 후속 기술기업의 도전과 모험자본 유입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우량기업의 이탈은 시장의 투자 매력도와 신뢰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우량기업들이 시장에 잔류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우리 협회들은 유관기관과 함께 코스닥 우량기업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이전상장에 대한 우려 표명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알테오젠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상장 추진이 발단이 됐다. 2008년 설립된 알테오젠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이날 종가(35만4000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8조9510억원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8월 알테오젠은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기업 가치 제고 등을 위해 코스피 이전을 결정했다. 과거 엔씨소프트, 네이버, 셀트리온 등도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선 알테오젠의 이전상장 추진이 현실화할 경우 코스닥시장 규모를 줄이는 건 물론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코스피 2군'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룡주의 이탈은 코스닥 시장 유동성 감소의 시그널이 될 것이란 우려가 강하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에 유입 자금이 부족한 건 우량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알테오젠의 이전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대장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코스피로 떠나는 일이 반복되면 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코스닥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돈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벤처투자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VC업계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에 투입했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회수 주기가 지연되고 자본 재투입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회수 불확실성은 결국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초기기업 투자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서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3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벤처 투자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회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 등을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벤처업계는 이전상장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투자 재원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VC 관계자는 “결국에는 벤처 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연기금 등 투자 주체가 다양화되는 방향으로 신규 투자 재원을 발굴해 코스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