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ㆍ림프관 아닌 제3의 길 주목⋯서구 의학계, 한의학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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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 침술의 과학적 논리 연구
세포와 세포 사이 액체층 ‘간질 공간’ 주목
침 시술 때 자극 신호 온몸에 이동
NYT “동양의학 연구 자체가 진전”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뉴욕타임스(NYT) 매거진의 의학기사 한 꼭지가 의료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현대 의학계가 ‘비과학’이라며 폄훼했던 일부 동양의학 개념이 현대 생물학과 연결된다는 연구가 전해진 것이다.

16일 뉴욕타임스(NYT) 매거진에 따르면 서구 의학계는 침술과 경략 체계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실마리를 포착하고 한의학 등 동양의학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 의학계는 ‘인터스티튬(Interstitum)’에 주목했다. 인터스티튬은 제3의 순환계로 불린다. 우리 몸에는 혈관과 림프관이 존재한다. 혈관은 온몸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한다. 림프는 체내 노폐물과 세균 등을 걸러낸다. 두 가지 순환계가 원활하게 움직일 때 우리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

인터스티튬은 우리말로는 사이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간질(間質) 공간’으로 불린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액체층인 셈이다. 과거 의학계는 세포 자체의 기능과 역할에만 주목했다.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틈새는 간과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틈새를 채운 조직들, 즉 인터스티튬이 인체 전반에 걸쳐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온다. 최근에는 혈관과 림프관에 이어 제3의 순환계로도 불린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저명한 의학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도 동양의학의 침술이 지닌 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 리포트가 실렸다. 이 리포트에는 동양의학에서 침술이 지닌 메커니즘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먼저 침 시술 과정에서 생기는 자극 신호는 앞서 언급한 인터스티튬을 타고 우리 몸 곳곳으로 퍼진다. 연구자들은 이 구조가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경락(meridian)’과 기능적으로 유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락(經絡)은 경맥과 낙맥을 뜻한다. 경맥이 큰 혈관이고 낙맥은 작은 가지 혈관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미국과학원회보는 “인터스티튬 내 액체 흐름을 추적한 결과 장기와 조직 사이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마치 인체 전반에 걸친 연결 네트워크와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서양 의학계는 오랫동안 경락을 놓고 “해부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폄훼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스티튬과 근막 연구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동양의학의 과학적 논리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여전히 회의론이 강하다. 하버드의대 통합의학연구센터(Osher Center for Integrative Health)는 NYT 매거진의 질의에 대해 “임상 효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침술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사와 연구자도 “침술 효과 대부분은 플라세보(위약 효과)”라고 주장한다. 실제 NYT 기사 관련 온라인 토론에서도 “침술의 임상 효과에 대한 강력한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NYT 매거진은 “동양의학이 말하는 경락이라는 존재와 기능이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라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비과학이라며 치부했던 일부 동양의학 개념이 현대 생물학을 토대로 처음으로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커다란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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