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추세, 독과점 방지 측면에서 바람직⋯정상적 인재 확보 막는 '과잉 규제' 돼선 안 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연내 ‘애크하이어(Acqui-hire·인재확보형 결합)’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 포함 계획을 밝히자 전문가들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적용 유연성’을 강조했다. 기업결합 신고·심사는 일정 매출·거래금액 이상 회사 간 결합 시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최장 120일간 심사해 경쟁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되면 결합을 불허하는 제도다.
배종대 카이스트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10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EU)도 최근 ‘인력 및 데이터 확보 목적의 결합’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고,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빅테크가 스타트업 핵심 엔지니어들을 통째로 영입하는 행위를 사실상 M&A로 간주해 조사하는 추세”라며 “이번 공정위 방침은 독과점 방지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도 “합병 없이 인력·기술만 흡수되면 유출된 회사는 투자가치가 상실되고 투자자가 존재할 경우 투자손실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대상 적용 방식이다. 관련 업계에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A 대표는 “애크하이어 편법은 반독점 심사가 무조건 걸리는 큰 기업이 기업결합 심사가 복잡해서 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그 정도 규모의 기업이 없을뿐더러 미국 기업이 한국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애크하이어를 할 경우 미국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거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AI 플랫폼 기업 B 대표는 “대기업의 독과점 방지, 사용자와 투자자 보호, 기술 혁신 장려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안이긴 하다”면서도 “국내 현실에 맞게 신중하게 시행 시기를 정해야 한다. 특히 규제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 개정 없이 ‘기업결합 신고요령’ 고시 개정만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행정적으로는 빠르지만 나중에 신고 거부 기업이 생겼을 때 법적 근거의 강도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영업양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크하이어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보기보다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도 있다. 과도한 규제가 외려 스타트업의 혁신 생태계와 자금 회수 구조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애크하이어는 기술력 있는 소수 정예인력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확보하려는 빅테크 전략으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엑시트 전략이나 보상 차원에서 윈-윈이 될 수 있다”며 “편법적인 인력 탈취, 스타트업 고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명예교수도 “기업의 정상적 인재 확보나 기술 협력까지 막는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심사의 전문성과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도 필수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