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없었다면 물가 3.8% 폭등"⋯정부, 5차 동결로 '민생 방파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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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 현행 유지…물가 1.2%p 상승 억제 효과
누적 인상 요인 컸지만 민생 최우선…이달 '정산위' 꾸려 정유사 원가 보전
범정부 TF 가동, 농·축·수산물 할인 및 사재기·담합 등 불법행위 엄단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석유류 물가는 21.9% 급등해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전체 물가 상승 폭 일부를 억제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부터 서민경제를 지키기 위해 국내 석유제품에 대한 5차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동결했다. 정부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를 통제하지 않았다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치솟았을 것이란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물가 폭등을 막는 '민생 방파제'로 지속 가동할 방침이다. 석유제품 공급가 동결 장기화에 따른 정유업계의 손실 보전을 위해 이달 중 전담위원회도 출범시킨다.

산업통상부는 8일 0시부터 향후 2주간 적용될 '5차 석유 최고가격'을 L(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앞서 시행된 2~4차 최고가격과 같은 금액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고가격제 미시행 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2.6%)보다 1.2%포인트(p) 높은 3.8%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도가 없었다면 휘발유는 2200원, 경유는 2800원 선을 훌쩍 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유가 충격에서 민생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위해 최고가격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시점 기준 L당 휘발유 200원, 경유 400원, 등유 600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누적 인상 요인이 쌓여있지만 유가 상승이 물류비와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화물차 운전자나 농·어업인 등 고유가 취약계층에게 타격을 주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동결 장기화에 따른 정유업계의 대규모 손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출구전략도 구체화됐다. 산업부는 이달 중 법률·회계·석유시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를 발족한다.

문 차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싱가포르 국제제품가격(MOPS) 기준 정산 주장에 선을 그으며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원가 등을 베이스로 100% 보전하겠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산위는 올해 6월 말 이후 각 정유사가 원가를 기반으로 산정해 제출한 자체 손실액을 회계법인의 검수를 거쳐 정밀 심사한 뒤 최종 보전액을 확정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석유류 외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도 병행한다. 기저효과 등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오는 5~6월 농·축·수산물 할인을 집중 지원하고 수입 다변화 및 비축 물량 방출을 추진한다. 주유소의 매점매석 행위를 비롯해 계란·밀가루·전분당 등의 담합, 사재기 등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TF 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를 빌미로 한 판매 기피 등의 부정행위가 없도록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7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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