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살 건데, 나를 위한 소비 안 아끼죠’⋯유통가 큰손 된 ‘영올드’ 파워

기사 듣기
00:00 / 00:00

"20년 더 산다" 기대여명 21년, 자신에 투자하는 시니어
백화점보다 쿠팡" 60대 온라인 소비 5년 새 141% 폭증
저가로 검증하고 완판까지, 뷰티·패션 휩쓰는 '리트머스 소비'
"한 번 안착하면 안 떠난다" AI로 영올드 충성심 잡는 유통가

▲영올드 특성 (그래픽=신미영 기자/AI 기반 편집)

강력한 구매력과 디지털 적응력을 갖춘 ‘영올드(Young Old)’ 세대가 유통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뷰티·패션·레저 등 전 영역에서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재 기업들은 기존 시니어 세대보다 훨씬 더 자신을 위한 가꾸기에 의욕적인 영올드 세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올드는 보통 55~74세 전후의 액티브 시니어 세대를 가리키며, 과거의 노년층과 달리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소비 여력이 있고 디지털·문화 소비에 적극적인 특징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의학의 발달로 인해 변화한 인구 구조에 기인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3%를 돌파했다. 65세 기대여명도 21.5년으로 늘어났다. 은퇴 후에도 20년 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니어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에 지갑을 열기 시작한 셈이다. 1월 발표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60~64세의 온라인 소비 금액은 2019년보다 141.7% 급증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환갑을 넘긴 이들이 이커머스 등을 통해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서도 2025년 하반기 50대 이상의 결제 금액 1위 브랜드는 쿠팡이었다.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을 100으로 볼 때 네이버페이는 49.2,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20~30 수준에 그쳤다. 5060세대가 이미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온라인 쇼핑의 핵심 구매층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유통업계는 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영올드의 쇼핑 패턴은 더 똑똑해지고 있다. 저가 제품으로 먼저 효능을 검증한 뒤 본 제품을 구매하는 ‘리트머스 소비’가 대표적이다. 다이소의 60대 화장품 구매액 증가율이 163.2%에 달하는 이유다. 뷰티 업계는 이에 발맞춰 항노화와 보습 기능을 합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콜마의 나노입자 기술 크림은 홈쇼핑에서 12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세라젬은 피부와 면역을 함께 관리하는 화장품과 기기를 선보이며 웰니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홈쇼핑업계는 영캐주얼 브랜드와 협업을 늘리고 세대 경계를 허물며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GS샵이 연 서울 한남동 편집숍 팝업스토어에는 영올드 고객들이 몰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업계 최초로 파크골프 전용화를 단독 출시하며 시니어 레저 시장의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나이스클랍’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협업을 확대했고, 최근 생방송 시간도 오전 5시로 당기며 TV 앞으로 영올드 세대를 불러들이고 있다. CJ온스타일에선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의 50대 매출이 30대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AI 기술은 이들의 쇼핑 편의를 돕는 장치가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가상 피팅 서비스인 ‘셀핏’을 통해 온라인 착용 경험을 제공한다. NS홈쇼핑은 지난달부터 TV 화면 UI를 블록 형태로 개편해 시니어들이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상담사가 직접 응대하는 AI 비서 서비스 ‘똑비’는 음식점 예약부터 물품 추천까지 처리하며 디지털 장벽을 낮추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올드는 유행에 따라 플랫폼을 수시로 옮겨 다니는 MZ세대와 달리, 인터페이스가 익숙해지고 결제가 편해지면 굳이 다른 앱으로 갈아타지 않는 '락인(Lock-in) 효과'가 매우 강한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에 정착하는 지금 이 시기에 AI 가상 피팅이나 시니어 전용 UX 등으로 '첫 경험'을 선점하는 것이 향후 10년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올드 세대는 기존 시니어 세대보다 건강하고 삶에 의욕적이라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