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장 선거판은 '정비사업 속도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행정 절차의 대대적 통합과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민간 주도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완성을 주장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양측 모두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해소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과 주체를 두고는 확연한 시각차를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는 오세훈 시정의 '착공 실적 부재'를 정조준하며 도전에 나섰다. 정 후보는 "오 시장 재임 시기 서울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직전 10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구역 지정에만 머물러 있는 행정을 비판했다.
정 후보의 핵심 전략은 '공공의 역할 강화'와 '절차 통합'이다. 정 후보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공공정비사업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도권 정비본부와 협력해 공공재개발 및 도심공공복합사업을 동시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담 가능한(affordable) 실속주택' 공급을 위해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토지임대부 등 수요자 맞춤형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공공정비사업으로 확보한 주택과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공공기여분 일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한 번에 처리하는 '동시신청제도' 등을 통해 사업 기간을 기존 15년에서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오 후보의 부동산 기조는 '민간 주도의 압도적 물량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이다. 오 후보는 "부동산 대책은 닥치고 공급이어야 한다"며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의 정비사업 동력을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오 후보의 대표 브랜드인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인허가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하는 민간 주도형 사업이다. 오 후보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정비사업과 상생·공공주택 등을 포함한 주택공급 확보 물량이 누적 44만5000가구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오 후보는 추진위 단계 없이 바로 조합으로 가고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통합 처리하는 '정비사업 하이패스' 제도를 시범 도입해 기존 12년 수준인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안쪽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올해 중에는 이주·착공 직전 단계에 있는 80개 단지(8만5000가구)를 핵심 전략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3년 내 신속 착공을 이끌어내고 시 자체 '주택진흥기금'을 대폭 확충해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더했다.
여기에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강북 지역에 12만 가구를 집중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강북·서남권의 공공기여 비율을 기존 최대 50%에서 30%로 축소하고, 동일로·도봉로 등 주요 간선 도로변(성장 잠재권)의 용적률을 상업지역 수준으로 높여 민간 사업성을 극대화함으로써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두 후보의 전략은 '속도'를 지향하지만 주도하는 핵심 엔진이 다르다.
정 후보의 착착개발은 공공이 정비사업의 시작부터 입주까지 밀착 지원하며 행정 절차를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500가구 미만 사업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고 시장 직속 전문 매니저를 파견하는 등 현장 밀착형 공공 지원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구청장 권한으로 이양되면 행정 단계가 짧아져 속도나 민원 체감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500가구 미만 사업들이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 체계와 맞지 않게 구 단위로만 쪼개져 진행될 경우 자칫 난개발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오 후보의 신통기획은 시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실제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방식이다.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대규모 물량 확보에 유리한 구조를 지향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업성 확보'가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 대표는 "현재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라며 "현장에서는 행정 절차가 몇 년 단축되는 것보다 내가 돈을 얼마 더 내야 하는지, 대출은 어떻게 나오는지 등 '비용' 문제에 훨씬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적인 지원이 아무리 좋아도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은 갈 수 없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전략적 검토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맞춰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