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실적을 낸 기업들이 노동조합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파업으로 또 다른 경영 리스크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기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노란통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과 맞물린 경영 환경 변화에 더해 노조가 경영 참여를 요구하거나 파업 과정에서 노노 갈등이 표면화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대 실적에도 노조 갈등에 휘말렸다.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사업 간 실적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파업을 앞두고 노조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파업이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노조가 임금 협상을 넘어 인사·경영 의사결정 개입을 요구하며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사실상 견인했다. 반면 모바일·TV·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감소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격차 속에서 노조는 DS 부문을 중심으로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 지급과 상한 폐지를 요구하면서 1인당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이 거론된다. 문제는 요구가 특정 사업부에 집중되면서 내부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DS 부문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이어가자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만 챙긴다”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노조 탈퇴 움직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루 100건 수준이던 탈퇴 신청은 최근 1000건을 넘어서며 급증했다. 파업 준비 과정에서 조합비 인상과 스태프 활동비 지급 방안까지 겹치며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사업 구조 자체의 괴리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DS 부문은 초고수익을 내는 반면, DX 부문은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쪽은 ‘성과급 잔치’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노사 갈등이 아닌 ‘사업 구조 리스크’로 보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삼성전자의 체질이 내부 갈등으로 표출됐다는 평가다. 특히 노노 갈등이 심화되면서 파업의 정당성과 대표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DS 부문 조합원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 강행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관측이다.

이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은 경영권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노조가 사측의 임금 인상안을 거부한 데 이어 인사·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개입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사측이 제시한 6.2% 임금 인상안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안을 수용하지 않고 추가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4% 인상과 3000만원 규모의 격려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은 임금 인상 수준을 넘어 경영권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상 요구안에는 신규 채용,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사실상 노조가 기업 의사결정에 구조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노조의 파업 방식과 지도부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노조는 당초 이달 1일로 예정했던 전면 파업 일정을 앞당겨 4월 28일부터 일부 공정에서 기습 파업을 단행했다. 이에 원부자재 소분 공정이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회사 측은 약 15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조위원장이 파업 기간 중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 반발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현장을 지휘해야 할 지도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파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정부 중재 과정에서 노사정 간담회에 노조위원장이 불참했고 노조 측은 사측 교섭위원 전면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협상 진전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측은 그간 교섭 과정에서 성실히 협상에 임해왔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이후 총 13차례 교섭과 대표이사 면담을 진행했으며 회사의 지불 여력을 고려한 수준에서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경쟁력과 대외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특성상 생산 안정성과 고객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은 장기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채용과 신기술 도입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를 노조의 고용안정성만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시장 도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경영자의 몫이며 노조는 본질인 근로자 권익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