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제금융·제트블루와 합병 무산
회생 시도에도 경영난에 결국 좌초

미국 대표 초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창립 34년 만에 문을 닫았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처음으로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로 무너지는 기업이 됐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이날 성명을 통해 “즉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3시를 기점으로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콜센터도 폐쇄했다. 항공권을 직접 구매한 고객은 자동 환불되며,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경우에는 해당 여행사를 통해 환불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1992년 출범한 스피릿항공은 최저 수준의 항공권 가격을 제공했지만, 좌석 외의 대부분 서비스에는 추가 비용을 부과했다. 물 등 최소한의 편의조차 유료였다. 이에 서비스 품질 논란에 시달리며 수년간 재정난을 겪어왔으며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회생 절차를 밟아왔다. 경쟁사 제트블루와의 합병은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의 반대와 2024년 연방법원의 반독점 판결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스피릿항공은 지난달 한때 200대가 넘었던 항공기 수를 75대까지 줄이는 계획을 통해 올 여름 파산 상태에서 벗어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 결정타가 돼 계획은 좌초됐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최근 스피릿항공에 약 5억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정부 인수안을 검토했지만 이 또한 불발됐다.
애트모스피어리서치그룹의 헨리 하테벨트 항공산업 애널리스트는 “스피릿항공은 오랫동안 폐업의 문턱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면서 “중동전쟁 전부터 잘못된 경영 판단, 사업 방향 상실, 과도한 확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스피릿항공은 빈약한 서비스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초저가 운임을 통해 항공 여행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고 항공업계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기본 서비스만 제공하는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베이식 요금제’는 스피릿항공이 촉발한 저가 경쟁 흐름의 대표 산물로 평가된다.
스피릿항공이 사라진 상황에서 얼리전트ㆍ아벨로ㆍ프런티어ㆍ선컨트리 등 남은 초저가 항공사들이 요금을 인상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