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인명용 한자 충분히 많아"... 반대의견 "자녀 이름 지을 자유 침해"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제한하는 조항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다만 4명의 헌법재판관은 ‘부모의 자녀 이름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청구인 A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등에 제기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청구인 A씨는 2023년 딸의 출생 후 주민센터에 그 이름에 ‘예쁠 래’(婡)자를 넣어 신고하려 했으나,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등록규칙에 따라 '통상 사용되는 한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한자 없이 한글로만 '래'라고 기록했다며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한자는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해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한자 이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확인해 정해 둘 필요가 있다”며 해당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또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으로 지속적으로 인명용 한자를 추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해당 조항이 처음 도입될 때에는 인명용 한자로 총 2731자가 지정됐으나 그 후 9차례에 걸친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총 8142자로 확대됐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이는 한자를 공식 문자로 지정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인명용 한자보다 많은 숫자로 이름에 한자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보완장치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정미, 김복형,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를 결정하고 사용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면서 “이름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자는 표어문자로 각 글자마다 고유한 뜻을 가지고 있어 부모는 자녀에 대한 기대나 염원을 표현하는 글자, 친족관계 또는 혈통의 연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항렬자 등을 자녀의 이름에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어 “이름의 한자에는 자녀가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채 건전하고 바른 인격체로 성장해 갔으면하는 양육자의 바람이 심사숙고 끝에 담기게 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름의 한자는 아직까지 이름의 한글 자모와 별개로 작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