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행장 직속 TF 꾸리기도…신한 수성·우리 탈환전
금리 배점 확대에 비용 부담↑…‘승자의 저주’ 우려도

서울시 시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51조 원 규모의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는 초대형 금고 사업을 두고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과 과거 장기간 시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이 맞붙는 양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부터 6일까지 차기 시금고 지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 뒤 이달 중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등 총 2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차기 시금고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서울시 자금을 맡는다. 1금고는 일반·특별회계를, 2금고는 기금을 담당하며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자금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서울시금고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중 최대 규모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51조 원대로, 은행 입장에서는 대규모 공공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관영업 사업으로 꼽힌다. 공무원 급여통장, 산하기관 거래, 카드·대출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현재 입찰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보인 곳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915년 대한천일은행 시절 경성부금고 업무를 맡은 이후 100년 이상 시금고를 운영했지만, 2019년 신한은행에 1금고를 내줬고 2023년에는 2금고까지 넘겼다.
이번 서울시 시금고 탈환에 사활을 건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시·구금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부행장 직속으로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자본력과 내부통제 수준을 이전보다 끌어올려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다.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도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TF를 발족하고 제안 경쟁력 강화, IT 시스템 고도화, 정책 연계사업 발굴 등 맞춤형 제안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의 관심도 여전하다. 지난달 9일 열린 서울시 시금고 입찰 제안서 설명회에는 신한·우리은행뿐 아니라 KB국민·하나·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명회 참석이 곧 입찰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 시금고 중 가장 큰 규모와 상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 배점 100점 중 세부 평가기준은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시민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실적(7점) △녹색금융 이행실적(2점) 등으로 이뤄졌다. 배점상으로는 금고업무 관리능력과 신용도 비중이 크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승부처를 금리와 출연금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조례 개정을 통해 수시입출금식 예금 적용금리 배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높였다. 출연금뿐 아니라 예금금리와 운용자금 금리 등 정량지표가 세분화되면서 은행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시금고는 서울시에 예금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여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서울시 시금고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금고 기준 3.45% 수준으로, 최근 5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2.55~2.95%)보다 높다. 금리 경쟁이 심화될수록 은행 수익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서울시는 시금고 자금 운용을 통해 연간 1600억 원대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만 보면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브랜드 이미지와 기관영업 확장 효과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상징성과 파급력 때문이다. 서울시금고로 선정되면 ‘수도 서울의 금고 은행’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얻고, 서울시 및 산하기관과의 금융 거래 기반도 넓힐 수 있다.
다만 금리와 출연금 경쟁이 과열될 경우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단순 수익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경쟁이 과열될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