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2라운드…‘OPEC 탈퇴’ UAE vs 사우디, 본격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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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생산 쿼터·대외 정책 둘러싸고 충돌
“수십년 협력 관계 깨져…걸프 균열 시사”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OPEC 깃발이 세워져 있다. 빈/EPA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는 단순한 산유 정책 변화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걸프 질서에 균열이 본격화됐다는 신호이자 중동 리스크가 이란 변수에서 내부 갈등으로 확산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UAE와 사우디는 그동안 원유 생산 쿼터를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충돌해왔으며 에너지 정책을 넘어 대외 관계 전반에서도 균열을 드러내 왔다. 최근 몇 년간 UAE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하며 OPEC의 생산 제한 정책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수단 및 예멘 내전은 양측의 갈등을 키운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두 전선에서 각각 정부군을 지지한 반면, UAE는 반군인 신속지원군(RSF)과 분리주의세력인 민병대 남부 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하면서 상반된 노선을 취했다. 특히 사우디가 지난해 말 예멘에서 UAE산 무기를 운송하던 차량을 공습하고 UAE를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지목한 사건은 양측 간 누적된 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란 전쟁 상황 역시 UAE의 불만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란의 공격이 공동의 적에 맞서 걸프 국가들을 단결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내부 분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UAE는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28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맞으며 걸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이는 다른 걸프 국가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대응 과정이었다. UAE 주요 인사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UAE 방어를 지원해 준 반면 아랍 국가들의 기여는 제각각이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험이 기존 동맹 구조에 대한 회의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페르시아만 연구원은 “이번 위기 상황은 기존 관계가 그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UAE의 인식을 더욱 확고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AE의 OPEC 탈퇴는 단순한 카르텔 이탈을 넘어 중동 정치질서 재편의 신호로 해석된다. 브리스톨대 교수이자 걸프 지역 전문가인 토비 마티센은 워싱턴포스트(WP)에 “OPEC 회원국 중 상당수가 항상 원만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든 협력 체제를 구축해 왔다”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매우 중대한 움직임으로, 걸프 지역 내 분열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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