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리서치의 ‘2026년 상반기 여행계획’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휴가여행을 계획한 응답자 중 여행 시기로 5월을 꼽은 비율은 26%로 가장 높았다. 5월에는 노동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공휴일이 이어져 다른 달보다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국내 휴가여행 기간은 평균 3.8일로, 해외 휴가여행 평균 6.6일보다 짧았다.

이는 단순한 ‘여행 기피’라기보다 고물가 시대의 방어적 소비에 가깝다. 연휴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숙박·장거리 이동을 줄이고 체류형 휴식이나 근거리 여가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예산은 늘었는데도 체감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돈을 써도 교통비와 숙박비, 외식비가 오른 만큼 실제 즐길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한국의 5월 황금연휴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연휴가 길어지면 여행 수요는 늘지만, 동시에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일본의 ‘집콕 골든위크’는 한국에서도 완전한 집콕은 아니더라도, 짧고 가까운 연휴 소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행의 형태는 예전과 다르다. 국내 휴가여행 기간이 평균 3.8일이라는 점은 장기 체류형 여행보다는 비교적 짧은 일정이 중심이라는 의미다. 연차를 길게 붙여 해외로 떠나는 소비자도 있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부담을 고려하면 더 많은 소비자는 국내 단기 여행이나 근거리 이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컨슈머인사이트도 2025~2026년 여행소비자 행태 변화와 전망에서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환율 영향으로 여행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행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단기간·근거리 선택 경향이 심화됐고, 근거리 대도시 중심의 여가활동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4~5월 국내 여행 활성화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26 여행가는 봄’ 캠페인을 통해 철도·항공 할인, 숙박세일페스타, 지역사랑 휴가지원 등 국내 여행 비용 부담을 낮추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책 방향 자체가 고물가 속에서도 국내 여행 수요를 붙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행을 싫어하게 됐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여행 욕구는 남아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선택 기준이 더 촘촘해졌다는 의미다. 숙박비가 비싸면 당일치기를 택하고, 항공권이 부담되면 기차·자가용 이동이 가능한 지역을 찾는다. 유명 관광지 대신 지역 축제, 야시장, 숲길, 도심 공원처럼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장소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거리 숙박 여행이 줄면 전통적인 관광지 소비는 위축될 수 있지만, 수도권 근교와 대도시 주변 상권, 지역 축제, 공공 할인 혜택이 결합된 여행지는 반사효과를 볼 수 있다. ‘멀리 떠나는 휴가’가 아니라 ‘돈을 덜 쓰고도 쉬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연휴’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집콕 골든위크와 한국의 5월 황금연휴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고물가 시대에도 사람들은 쉬고 싶지만, 예전처럼 멀리 오래 떠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번 연휴 소비의 방향은 여행 포기가 아니라 짧고, 가깝고, 계산적인 휴가로의 재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