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흔들리자 유가 예측도 흔들…韓 기업들 ‘변동성 리스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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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5월 1일 OPEC 탈퇴…OPEC 생산량 12% 차지한 3위 산유국 이탈
정유·석화·항공·해운·제조업계, 가격 책정·원가 관리 부담 커져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석유 펌프 모형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통제력이 흔들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원가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28일(현지시간) OPEC과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제 유가가 단순한 수급 논리를 넘어 중동 지정학과 산유국 간 정치 셈법에 따라 급등락하는 ‘고변동성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하락 자체보다 기업들이 더 우려하는 지점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재계는 유가 상승보다 ‘예측 불가능한 급등락’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원유 가격 방향성이 명확하면 기업들이 헤지 전략이나 가격 전가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지금은 전쟁, 산유국 갈등, 해협 봉쇄 여부에 따라 하루 단위로 가격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UAE 탈퇴는 OPEC 가격 결정력 약화의 신호탄”이라며 “사우디 주도의 고유가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2023년 앙골라의 OPEC 탈퇴와 비교했을 때 UAE의 OPEC 탈퇴는 향후 원유 공급 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UAE는 OPEC 3위 산유국으로 전체 OPEC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현재 하루 345만 배럴 수준으로 생산량이 제한돼 있지만 실제 생산 능력은 485만 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 OPEC 탈퇴 이후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추가 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실상 증산 여력을 확보한 국가가 OPEC 통제 밖으로 나가면서 향후 공급 질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안정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가장 직접적인 타격권에 있다. 원유 도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간 시차가 있어 급락 시 대규모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급등 시에는 원재료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다.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해운업계 역시 벙커C유 가격 상승과 전쟁 위험 보험료 확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자동차·전자·철강 업계도 영향권이다. 원유 가격 급등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물류비, 전력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완성차와 가전 업체들은 제품 가격 반영 시점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3일 예정된 OPEC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UAE 이탈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인 만큼 사우디의 대응 전략에 따라 국제 유가의 방향성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OPEC이 일정 수준 유가 상단과 하단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안전판이 약해지고 있다”며 “기업들도 단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조달선 다변화, 헤지 확대, 투자 계획 재조정까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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