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확대 맞물려 국내 시장 선점 나서

삼성전자가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앞세워 국내 난방 전기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가스·등유 보일러를 대체할 차세대 난방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출시하고 난방 전기화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섰다고 29일 밝혔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흡수해 난방과 온수 공급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냉매의 압축·팽창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적은 전력으로 높은 난방 효율을 낼 수 있다.
삼성전자 제품의 핵심 경쟁력은 효율이다. 바닥 난방에 주로 쓰이는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ㆍ연간 총 난방 에너지 공급량을 소비전력량으로 나눈 값)는 4.9로 투입 전력 대비 약 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55도 출수 조건에서도 SCOP는 3.78을 기록했다. 일반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 효율이 100% 미만인 점과 비교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혹한기 성능도 강화했다. 고효율 냉매 압축 기술과 ‘플래시 인젝션’ 기술을 적용해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하다. 영하 15도 조건에서는 최대 70도의 고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실제 비용 절감 효과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양평 지역 주택에 제품을 설치해 실증한 결과 기존 기름보일러 대비 난방비가 약 53%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영하 15도 안팎의 겨울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난방 성능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제품은 한국 온돌 구조에 맞춘 점도 특징이다. 공기의 열을 물로 전달하는 ‘에어 투 워터(A2W)’ 방식을 적용해 기존 바닥 난방 배관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설비 교체 없이 기존 보일러를 전기 기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내 주거 형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고층 아파트 적용은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물산과 함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에 적합한 별도 난방 솔루션을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 등 20여 개 지역에서 히트펌프 연구소와 테스트 랩을 운영 중이다. 일본 아사히카와에서는 혹한 환경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보스턴에서는 실사용 기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유럽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일본·중국 역시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이달 히트펌프 보급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전남·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연탄·등유 보일러 사용 가구와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을 대상으로 설치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지원 대상을 350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냉각, 공조(HVAC), 친환경 난방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히트펌프가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히트펌프는 전기 난방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이라며 “국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