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전용 인프라 5% 미만…최소 10~30GW 필요”
“상품 수출 시대 끝…AI 기능 수출 국가로 전환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의 기존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중심의 국가 전략 전환을 주문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의 본질은 단순 반도체 기술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전력·메모리를 둘러싼 ‘AI 공장’ 확보 경쟁이라며 한국도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제1회 정책세미나 초청 ‘미중 AI 패권 기술 전쟁 속 대한민국 성장 전략’ 특별 강연에서 “한국이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AI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AI 경쟁의 핵심을 ‘인프라’로 규정했다. 최 회장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현재 기준 약 500억달러가 들어간다”며 “한국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이 약 1GW 수준인데 이 가운데 실제 AI용으로 활용 가능한 비중은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은 매년 10~20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며 “한국도 최소 10GW에서 30GW 수준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병목 현상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최 회장은 AI 산업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자본 △전력 △GPU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꼽았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는 단순 저장 공간이 아니라 AI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며 “남의 공장을 빌려 AI 서비스를 만드는 구조로는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력 문제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함께 짓는 구조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기를 중앙 공급망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이 AI 경쟁 과정에서 전력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중국은 대규모 발전 설비 확대와 송전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역시 민간 중심 전력 확보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기존 한국 성장 모델의 한계도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는 “더 이상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쉽지 않다”며 “이제는 기능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행정 서비스, 헬스케어 시스템, 산업 솔루션 등을 대표 사례로 언급하며 “한국이 먼저 AI 서비스를 산업화하면 이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장기 성장 전략의 대안으로 일본과의 경제 협력 확대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 경제 규모가 중국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나 중국과 대등하게 협상하려면 더 큰 경제 블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일본과 경제 통합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을 사례로 들며 한일 경제권 통합 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약 6조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경제권이 형성되면 주변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편입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연합(AU)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단순 AI 투자 확대를 넘어 한국 경제 성장 모델 전환 필요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AI 서비스 산업을 하나의 성장 축으로 묶는 새로운 국가 전략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