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성과 무색 각자 대표 전환… NH투자증권, 결국 '농협표' 인사 가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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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생성) (이미지=구글 노트북 LM)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조 클럽' 가입 등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대표 체제를 끝내고 각자 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성과보다는 모회사인 농협중앙회의 지배력 강화와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4일 NH투자증권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기존 단독대표 체제를 끝내고 '각자 대표' 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승인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이 경영진의 판을 새로 짜면서 이번 결정의 배경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정은 실적만 놓고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재임 기간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 1조315억원, 영업이익 1조420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해 이른바 '1조 클럽'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증권사 중 세 번째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공식 지정되는 등 신규 먹거리 창출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올해 1분기 실적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6367억원, 당기순이익 47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3%, 128.5% 급증해 지배구조 변화가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이처럼 견고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단독대표 체제를 허문 공식적인 명분은 '경영 효율성 제고'와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회사 규모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등 전 부문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한 명의 대표가 모든 사업 부문을 세밀하게 챙기기에는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랐다는 논리다.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부문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급변하는 자본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NH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이번 개편은 자본시장 성장 국면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IMA 이후 확대되는 사업 기회를 고객과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지난달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윤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모회사인 농협중앙회가 잘나가고 있는 NH투자증권에 대해 갑작스러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결론을 짓지 못했다. 이같은 결정이 농협중앙회의 정점에 있는 강호동 회장의 입김이 변수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지배구조 개편의 변수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차기 대표 자리에 강 회장 측 인사를 선임하려 했으나, 법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각자 대표'라는 절충안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즉 전문 경영인과 중앙회 출신 인사를 동시에 배치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하마평에는 윤병운 대표의 연임과 함께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투자업의 전문성을 가진 윤 대표가 기존 사업을 총괄하고, 중앙회 출신 인사가 대주주와의 소통 및 시너지를 담당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24년 대표 선임 당시에도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군에 올랐던 전례가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체제 전환에 따라 인선 절차도 다시 진행된다. 기존 단독대표 체제에서 준비했던 최종후보 리스트 대신 각자 대표 역할에 맞춘 새로운 후보자 군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를 재개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관련 법규에 따라 7월까지는 인선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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