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 = 2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4월 이후 사상 최고치 경신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가운데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기뢰 부설함 격침 명령, 테헤란 내 방공망 가동 등 중동 긴장 재고조와 유가 상승, AI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실적 충격이 겹치며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36%, S&P500은 0.41%, 나스닥은 0.89% 내렸다.
우선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빌미는 중동 변수와 실적 쇼크였다. 트럼프의 군사적 압박과 이란 내 강경파 득세, 협상 난항 소식이 겹치며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했고, WTI는 90달러대 중후반,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이는 새로운 전면전 재점화라기보다 미·이란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전술적 노이즈에 가깝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변동성 요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건 실적에 따른 미국 증시 내부의 주가 차별화다. 서비스나우와 IBM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구독 매출 성장 둔화와 보수적인 가이던스, AI 혁신에 따른 기존 사업 잠식 우려가 부각되며 큰 폭으로 밀렸다. 테슬라도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잉여현금흐름 감소 전망이 부담이 되며 하락했다. 실적 숫자 자체보다 이후 수익성 전망과 가이던스가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반면 반도체와 IT하드웨어는 달랐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데이터센터 매출 급증과 강한 2분기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급등했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인텔도 AI 데이터센터 매출과 CPU 수요 호조를 바탕으로 시간 외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결국 AI 소프트웨어는 수익성 증명이 필요한 반면, AI 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를 받는 반도체와 IT하드웨어는 실적이 곧바로 주가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전일 국내 증시는 중동 불확실성과 유가 변동성 확대 속에 장중 약세를 보였지만, 장 후반 반도체 실적 모멘텀에 주목한 개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는 상승, 코스닥은 하락으로 마감했다. 지정학 변수보다 실적과 업종별 펀더멘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금일 국내 증시도 4월 이후 급등에 따른 피로, 미·이란 긴장 재고조, 유가 상승, 미국 AI 소프트웨어 실적 쇼크 등이 차익실현 명분을 제공하며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6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주가 흐름이 견조하고, 국내 시장 유동성 여건도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 하락 압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장세의 핵심은 지수보다 종목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도 실적에 따른 종목장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수 전체가 일방적으로 밀리기보다는 반도체, IT하드웨어 등 실적 가시성이 높은 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그 외 업종에서는 실적과 가이던스에 따라 선별적 매매가 강화되는 흐름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