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밀린 유럽 시장 입지 회복 기대
전기차·ESS 쌍끌이로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수주는 단순 고객사 확대를 넘어 유럽 시장 전략의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프리미엄 완성차 네트워크’를 앞세워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이어 벤츠를 신규 고객사로 추가하며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의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벤츠와의 공급 계약을 계기로 유럽 내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공장 가동률 회복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한때 국내 배터리 업계의 ‘안방’으로 불렸지만, 최근 사업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보조금 축소와 탄소 규제 완화 등 정책 환경 변화가 겹쳤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더해지며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빠르게 낮아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0% 수준에서 지난해 약 35%까지 낮아졌다.
다만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럽연합(EU)은 산업가속화법(IAA)를 통해 역내 생산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또 전 세계 생산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3국 기업이 유럽에 투자할 경우 지분 제한이나 기술 이전, 현지 고용 등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유럽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에게는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유럽에 진출한 중국 배터리 기업도 핵심 원자재를 EU산으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한국 기업과의 원가 차이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약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유럽 시장의 대응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향후에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신규 라인을 구축하고, 일부 라인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대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중심 전략과 함께 중저가 세그먼트 수요 증가에 발맞춘다는 구상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확대와 정책 환경 변화에 힘입어 회사가 제시한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는 최근 3개월 평균 3557억원 적자에서 최근 1개월 기준 2620억원으로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본궤도에 올라섰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설립한 미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북미 지역의 유일한 비중국계 각형 배터리 제조사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 외 LFP 배터리 양산에도 나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장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ESS와 같은 신규 수요처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중장기 성장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