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여파, 협력사·지역경제로 확산…“상생 고민 필요”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60대 남성 박모 씨는 ‘삼성전자 노조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때로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며 “현재의 성과가 ‘그대들만의 초과 능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심양면 ‘전 국민의 성원과 양보,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물과 전기, 사회 직·간접 자본 등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파업 움직임을 둘러싸고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다.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닌 성과급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국가 핵심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권적 요구’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온다. 성과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부의 불만이 투쟁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무리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지금 필요한 것은 파업이 아니라 대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며 영업이익의 10%를 보상하는 방안을 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성과급 기준 상향 요구가 급속히 확산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투톱 간 성과급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기업 노조가 서로를 기준점으로 삼아 보상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비용 부담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보상을 이유로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조합원이 4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봉은 1억원 후반에서 성과급 포함 시 3억원대에 달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2·3차 협력사 기술 인력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수준에 머문다. 대기업 성과급이 높아질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원청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협력사 납품 단가 인상 여력은 줄어들고 이는 협력사 직원 처우 정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동일한 생산 생태계 안에서 보상이 5배 이상 벌어지는 왜곡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는 협력사로 먼저 전이된다. 삼성전자의 생산이 멈추면 납품 물량이 끊기고 중소 협력사는 곧바로 휴업과 감원 압박에 직면한다. 특히 비정규직과 파견 인력에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협력망 규모는 1차 1061개사, 2·3차 693개사에 달한다. 단 하루의 가동 중단도 다층적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구조다.
지역경제 영향도 크다. 평택 캠퍼스는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 2030년까지 6공장 완공 시 21만 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실제 평택 고덕신도시는 2024년 공사 중단 당시 현장 인력 수천 명이 빠지며 상권이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식당과 숙박업 등 자영업 매출이 급감하며 ‘삼성 경기’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이 일부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할 경우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성과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상생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