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 공사비 인상 조짐…건설현장 위기 현실화

기사 듣기
00:00 / 00:00

마감재 등 수급 불안 확산…“민간 공사비 분쟁 더 커질 수도”

▲중동 전쟁으로 인해 국내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AI 생성) (챗GPT 생성 이미지)

중동 전쟁 여파가 국내 건설현장의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가시화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재 수급 차질 우려로 이어지면서다.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처와 조합에 공사비 인상 가능성과 공기 지연 리스크를 잇달아 알리면서 전쟁발 충격이 현장에서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공정률이 일정 수준 이상인 전국 주요 정비·개발 사업지 시행사들에 ‘미-이란 전쟁 등 건설환경 악화로 인한 공기 지연 및 원가 상승 리스크 보고’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공급망 교란에 따른 자재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나프타 등 주요 원자재 조달 차질, 레미콘 혼화제와 철골 강판·후판 공급 지연 가능성이 담겼다.

현대건설 또한 복수 사업장에서 공사비 조정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문을 보내 원자재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준공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 공사비 보전을 요청했다.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는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75.6%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10월 준공 예정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조합에도 약 50억원 증액을 청구했다.

다만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인상이 아닌 이전부터 올려야 했던 사업장들”이라고 설명했다. 대조1구역은 금융손실 보전 요인이 컸고 등촌1구역은 계약 당시 정한 물가 상승분 반영 조항에 따른 것이며, 마천4구역은 계약 시점이 오래돼 원가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쟁 영향에 따른 추가 인상 논의는 하반기쯤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자재 협력업체들의 납품 단가 인상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 자재 가격 인상이 예고된 품목도 광범위하다. 페인트,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아크릴, 시트지 등 마감재 전반에 걸쳐 최저 10% 이상 인상 통보가 현장에 전해지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공사비 관련) 공문을 보내는 단계는 아닌데, 레미콘 등 원자재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단가를 올리겠다는 요청이 들어올 텐데 그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당장 공사비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현장과 자재 공급 대책을 마련 중이며, 공사비가 안정화 되지 않으면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자재 업체들로부터 단가를 올리겠다는 공문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자재를 구해와야 공사를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공사비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견 건설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당사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 요인이 직접 반영된 사례는 없고 공정도 정상 진행 중”이라면서도 “글로벌 정세 영향으로 일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자재 수급 및 가격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물가변동 상한폭 요건이 충족돼야 추가 요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4월에는 큰 움직임이 없겠지만, 재고분이 소진되는 5월부터는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과거만큼의 물동량이 바로 회복되기는 어렵고 유가, 환율, 기타 비용 등이 더해지면 공사비 상승 요인이 지속될 것”이라며 “민간 공사에서 공사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