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메리' 태극기가 비춘 현실…K-방산 랠리의 비밀 [이슈크래커]

기사 듣기
00:00 / 00:00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해외 SF 영화 한 편을 보다 보면, 가끔 허구가 현실보다 앞서간다기보다 현실을 먼저 알아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소설 원작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렇습니다. 국내 관객들 사이에선 헤일메리호 임무 패치 테두리에 참여국 국기 중 태극기가 들어가 있다거나, 우주선 내부에 태극기와 한글로 적힌 '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가 보인다는 후기가 퍼졌는데요. 얼핏 작은 디테일처럼 보이지만, 스크린 밖으로 나오면 이 설정은 꽤 그럴듯하게 읽힙니다. 한국은 이미 방산 공급망과 우주산업 명단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시는 더 노골적입니다. 15일 오후 2시 45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0만9000원, LIG 디펜스& 에어로스페이스(LIG D&A, 옛 LIG넥스원)는 89만1000원, 현대로템은 21만2000원, 한국항공우주는 18만9700원 수준에서 거래됐는데요. 영화 속 태극기와 한글 표기가 상징이라면, 주식시장은 그 상징에 이미 숫자를 붙여버린 셈입니다.

태극기와 한글 표기 장면⋯낯설지 않은 이유

▲'프로젝트 헤일메리' 임무 패치(아마존 MGM/글린 딜런). (출처=컬렉트스페이스 캡처)

우선 영화 속 태극기와 한글 표기 장면은 단순한 장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우주과학 전문 매체 컬렉트스페이스가 공개한 의상 분석에 따르면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의 임무 패치에는 프로젝트 참여 17개국 국기가 배치돼 있고, 그 안에 한국도 포함됩니다. 헤일메리호 내부에 태극기와 한글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힌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인류 멸망을 막는 국제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핵심 참여국으로 설정됐기 때문이죠. 관람객들 사이에선 "당연히 영어로 써 있을 줄 알았는데 한글이라서 못 찾았다", "이런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국내 흥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전날 2만1015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208만6158명을 기록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설정이 그리 비현실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할리우드가 한국을 더는 배경으로만 세워두지 않고, 국제 프로젝트를 함께 떠받치는 나라로 배치한 건데요. 예전엔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주로 확인되던 한국의 산업 이미지가 이제는 무기와 발사체, 위성으로까지 넓어졌습니다. 영화의 소품처럼 스쳐 가는 장면이지만, 그 장면이 기대는 현실의 토대는 이미 꽤 두꺼워진 셈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숫자들

▲14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진행된 '한화-주NATO 대사단 전략대화'에 참석한 유정현 주벨기에 및 EU 대사겸 주NATO 대사(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등 대사단 일행과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앞줄 왼쪽에서 일곱번째)가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실 속 K-방산은 숫자부터 과장처럼 보입니다. 한국과 폴란드는 2022년 442억달러, 약 65조원 규모의 방산 기본계약을 맺었고, 이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을 축으로 협력을 키웠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폴란드 군비청과 약 40억달러, 약 5조8000억원 규모의 사거리 80㎞급 천무 유도탄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는데요. K9 자주포는 핀란드와 루마니아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6개국에 공급됐고, 천무 역시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으로 수출되며 나토와의 전략적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유럽 현지 생산 기반도 갖춰지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현지 생산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폴란드에서는 합작법인(JV)을 통한 천무 유도미사일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단순 수출을 넘어 유럽 방산 생태계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한국 방산업체들이 '납품업체'를 넘어 '공급망의 일부'로 재평가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들썩이는 이유도 같습니다. 15일 오후 2시 45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총액은 약 77조8092억원, LIG D&A는 19조6020억원, 현대로템은 23조1382억원, 한국항공우주는 18조 491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산주가 오른다'는 말보다 '방산 대형주의 몸집이 다시 쓰이고 있다'는 표현이 더 가까워 보입니다.

중동 재무장과 우주산업까지⋯현실이 영화 설정을 밀어 올린다

▲지난해 9월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천궁-Ⅱ. (연합뉴스)

이번 랠리를 단순한 테마 장세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중동 전장이 실제 수요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이란 전쟁 이후 중동의 방공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등으로 조달선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화와 LIG D&A에 천궁-Ⅱ 인도 일정 단축 가능성을 문의했고, UAE도 한국 업체들에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UAE에서 실전 배치된 천궁-Ⅱ는 요격 성공률 96%를 기록했습니다. K-방산이 중동 재무장의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성능, 공급 속도, 실전 운용 경험까지 갖춘 무기 체계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우주산업까지 겹치면 그림은 더 선명해집니다. 지난해 11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4차 발사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민간 기업 주도 우주시대로 넘어갈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에는 한국의 큐브위성 'K-라드큐브'도 함께 실렸는데요. 영화 속 상징이 현실 한국에선 무기와 발사체, 위성이라는 형태로 이미 구체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태극기는 단순한 이스터에그(숨겨진 장치)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라기보다, 이미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끌어와 미래의 장면으로 재배치한 상상에 가깝습니다. 시장은 그 상상을 실적과 수주, 생산능력, 시가총액으로 더 빠르게 번역하고 있고요. 스크린에선 몇 초 스치는 설정이지만, 산업 현장과 증시에선 꽤 오래 남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김동관, 손재일, Michael Coulter
이사구성
이사 9명 / 사외이사 5명
최근 공시
[2026.04.15] 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
[2026.04.15] 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

대표이사
차재병
이사구성
이사 7명 / 사외이사 5명
최근 공시
[2026.03.26] 정기주주총회결과
[2026.03.26] 사외이사의선임ㆍ해임또는중도퇴임에관한신고

대표이사
이용배
이사구성
이사 7명 / 사외이사 4명
최근 공시
[2026.04.13] [기재정정]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
[2026.04.10] 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

대표이사
김동관, 김승모, 양기원
이사구성
이사 8명 / 사외이사 5명
최근 공시
[2026.04.14] 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
[2026.04.08] [기재정정]유상증자결정(종속회사의주요경영사항)

대표이사
이상철
이사구성
이사 6명 / 사외이사 2명
최근 공시
[2026.04.14] 주주명부폐쇄기간또는기준일설정
[2026.04.13] 주주총회소집결의 (임시주주총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