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은 정부, 빚은 서울시 몫?” 무임승차 비용 ‘핑퐁 게임’에 시민 안전 '흔들' [지하철 20조 적자, 누가 키웠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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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당산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지하철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무임수송이라는 사실은 최근 통계 추이를 보면 더 뚜렷하다. 2020년 2643억원이던 무임수송 손실액은 2025년 4488억원으로 5년 새 약 70% 가까이 폭증했다. 하지만 무임수송 손실 부담을 오롯이 전국 지자체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떠안고 있다. 무임수송에 따른 혜택은 정부가 얻어가는 만큼 무임수송 부담을 지자체가 오롯이 짊어지는 상황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교통공사 통계 분석 결과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적자 비중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0년 당시 전체 당기순손실(1조1137억원) 중 무임수송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23.7%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5년에는 그 비중이 54.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적자의 핵심인 ‘무임수송’은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시행되는 보편적 교통 복지다. 하지만 정부는 비용 부담에서 빠지고,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은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와 공사가 떠안는 모순이 지속 중이다. 당장 현행 노인복지법에는 운임 감면이 ‘임의규정’으로 돼 있지만, 정부 시행령은 100% 할인을 강제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가 법으로 강제해 지방정부나 운영기관에 거부권이나 요금 조정권이 없는 사안을 ‘지자체 고유 사무’로 떠넘기는 형국인 셈이다.

무임수송 제도의 혜택만 정부가 챙겨간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대한교통학회 등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편익은 연간 2362억원에 달한다. 노년층의 외부 활동 증가로 자살(373억원)과 우울증(222억원)이 줄고, 교통사고 감소(715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절감(290억원) 등 정부의 국민건강보험료과 국가 복지 예산 절감으로 직결된다.

무엇보다 정부 산하기관과 지자체 지원을 차별해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수도권 국철 구간에서 발생하는 무임수송 손실에 대해서는 '공익서비스비용(PSO)' 명목으로 연간 손실액의 70~80% 수준(최근 9년 평균 1848억원)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기획예산처,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부에 공문을 보내 무임 수송 손실 국비 지원 근거 법제화와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공사는 해당 공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개정안 등 법제화가 지연되면 국비로 5761억원을 보전해달라"고 했다. 이는 코레일이 최근 9년 동안 보전받은 PSO 비율 74.3%를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교통공사) 무임 손실액 7754억원에 적용한 수치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을 국가 차원의 공익서비스의무(PSO)로 규정하고 원인 제공자인 정부가 비용을 의무 보전하도록 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다.

▲22대 국회 PSO 법안 발의 현황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같은 수도권 전철망을 이용하는 똑같은 어르신 승객이지만 신도림역에서 코레일(1호선) 개찰구를 통과하면 국가가 손실을 메워주고 서울교통공사(2호선) 개찰구를 통과하면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는 황당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며 상황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 운영과 요금 결정권은 지자체의 고유 사무이므로 국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렇듯 국비 보전이 지연될수록 시민 안전 문제는 갈수록 커진다. 핵심 국가 기간교통망인 도시철도는 개통 후 30~5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실제 성능평가 결과 예방적 유지보수나 긴급 보강이 필요한 C·D등급 시설물 비율이 1~8호선 모두 50%를 웃돈다. 대규모 시설 개량 투자가 시급하지만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무임수송 손실 탓에 운영기관의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에 따른 어르신의 건강 증진과 교통사고 감소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연간 2362억원에 달하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국가로 귀속되고 있다"며 "반면 지하철은 1~4호선 노후 시설물(C·D등급) 비율이 63.2%에 달할 정도로 안전 투자가 시급하지만 무임 손실 탓에 자체 조달이 불가능한 벼랑 끝 상황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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