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직접 가봤습니다"⋯공포영화 '성지 순례', 괜찮을까? [엔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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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MBC '심야괴담회'/유튜브 채널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극장가에 활기가 도는 요즘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14일 기준 200만 국내 누적 관객을 불러모으며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고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11일에 1628만 관객을 돌파,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1626만 명)의 최종 관객 수를 넘어 한국 박스오피스 흥행 2위를 기록했죠.

'왕사남' 신드롬은 말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작품을 향한 열기가 극장 밖으로 번진 사례로도 역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강원도 영월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영화 주요 촬영지인 영월군 소상공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개봉 이후 4주간 일평균 매출이 개봉 전보다 35.7%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죠.

이 흐름은 공포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속에선 스산한 분위기로 그려지는 실제 장소에 오히려 관심이 치솟는 모습인데요. '왕사남'의 사례처럼 직접 공포영화 속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는 발걸음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영화 '살목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살목지', 어떤 곳이길래?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살목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누적 관객 수 81만3256명을 기록했습니다. 8일 개봉한 '살목지'의 손익분기점(BEP)은 80만 명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개봉 7일째 수익 창출을 시작하면서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르게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됐죠.

'살목지'는 살목지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입니다. '귀신 부르는 앱: 영'을 연출한 이상민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윤재찬, 장다아 등이 출연했죠.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의 이름이 아닙니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에 위치한 실제 저수지의 이름인데요.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82년 준공된 농업생산기반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공포 마니아들에겐 심령 스폿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낚시꾼들도 밤 10시면 짐을 싼다는 말이 오갈 정도로 유명한(?) 괴담의 배경지이기 때문인데요. 2021년 1월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에서 관련 사연이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죠.

사연은 이렇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해 평소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한 여성이 퇴근길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았다가 살목지에 빠질 뻔했고 이후 기이한 일을 연달아 겪게 됐다는 건데요. 이 사연자는 점집을 찾아 조언을 구한 뒤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했으나, 이후 다시 살목지를 찾았다가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겪는 등 불운한 일이 다시 이어졌다면서 재출연해 시청자들의 경악을 자아냈습니다.

이 사연자 외에도 목이 90도로 돌아간 귀신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무속인이 살목지에 대해 "절대 와선 안 된다. 지금도 귀신이 여럿 있다"고 경고하면서 살목지 편은 '심야괴담회'의 레전드 회차로 남게 됐습니다.

▲(출처=예산군 공식 유튜브 채널)

공포도 콘텐츠로…직접 살목지 향하는 관객들

영화까지 흥행하면서 살목지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치솟았습니다. 한술 더 떠 실제 살목지로 향하는 이들도 포착됐는데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새벽 3시 살목지 상황' 등 제목의 글을 통해 차량 여러 대가 살목지에 진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이 공유됐습니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제공하는 티맵에는 한밤중 살목지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달리는 중인 차량이 91대로 나타나면서 눈길을 끌었죠.

한 블로거는 "가면서 캡처했을 땐 티맵 기준 살목지로 향하는 차가 140대였는데 최대 190대까지 찍혔다"고 전했습니다. 이 블로거의 후기에 따르면 살목지 근처에는 텐트를 치고 담력 훈련(?)을 즐기는 이들도 포착됐습니다.

이 열기, 지자체도 활용하고 나섰습니다. 8일 예산군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예산군 광시면에 살목지 있는 거 아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는데요. 이는 영화를 패러디해 특산물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영상이었죠. "거기 터가 살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대요", "너 때문에 살찐 거야" 등 대사로 광시 한우를 '샤라웃(Shout out)'한 겁니다.

작품 배경을 찾는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이 관광 산업의 강력한 모터로 기능하는 건 '왕사남'을 통해서도 잘 알려졌습니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에는 올해 설 연휴 기간에만 1만641명이 몰리면서 지난해 동기(2006명) 대비 약 5.3배 늘었고요. 장릉도 7275명이 찾으며 전년(1083명) 대비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삼일절 연휴에는 영월행 기차표가 전석 매진된 현황과 주요 관광지 앞에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 등이 주목받았죠.

한국에 한정된 움직임도 아닙니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언팩 26'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53%가 스크린 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특히 MZ세대의 81%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행을 계획한다고 응답했는데요.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은 종영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촬영지 중 한 곳인 스위스 이젤트발트에 관광객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이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서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봄날' 뮤직비디오 배경인 향호해변 버스정류장은 한국을 찾은 K팝·K드라마 팬이라면 가봐야 할 필수 코스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죠.

▲영화 '살목지' 스틸컷. (사진제공=㈜쇼박스)

"더 깊은 세계관 체험을 원해"…리스크는?

이처럼 스크린 투어리즘이 하나의 산업 트렌드로 주목받게 된 데에는 '감상' 이상의 세계관 체험을 원하는 관객의 심리 변화 영향이 컸습니다.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 핫한 영화 속 그 장소'를 방문한다는 데에서 오는, 차별화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뿐더러 '살목지' 사례처럼 자신의 방문 후기를 공유하면서 느끼는 재미를 추구하게 된 데 따른 움직임이죠.

다만 우려할 점도 숱합니다. 우선 영화 '살목지'의 경우 장르가 공포영화입니다. 장르 특성상 '공포스럽다'는 이미지가 지역에 덧씌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데요. 실제 지명을 활용한 콘텐츠는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특정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유사한 사례는 앞서도 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 개봉을 앞두고 전남 곡성군은 영화 속 설정과 실제 지역 이미지가 혼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영화는 '곡성 지역과 관련 없는 허구의 내용이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채 상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는데요. 영화가 68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면서 곡성군도 영화 촬영지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등 호재를 누렸죠.

안전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살목지는 관광지가 아닌 농업용 저수지입니다. 별도의 관리 인프라나 안전 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문객이 급증할 경우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야간 방문이나 무리한 접근이 이어질 경우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재구 예산군수도 14일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살목지 밑에 전국 유일한 황새공원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명소라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공포의 성지로 좀 바뀌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씁쓸하다"며 "안전 사고와 관련해 군에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보시고 갈 수 있을지 대책 회의도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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