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까지 겹치며 소형 수요 확대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부터 매매, 전·월세 시장까지 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치솟는 분양가로 인해 수요자들이 '감당 가능한 금액대' 안에서 매물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반포' 1순위 청약에서 43가구 모집에 3만540명이 몰렸다. 주택형별 경쟁률을 보면 59㎡ B형이 1180.9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59㎡ A형(939.7대 1), 84㎡ A형(769.3대 1), 44㎡형(622.8대 1), 45㎡ B형(416.3대 1) 등 순이었다. 전용면적 60㎡ 미만 소형 타입이 경쟁률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올해 첫 만점 통장도 소형 면적대에서 나왔다. 9일 진행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드서초' 청약에서 전용 59㎡ C형의 최고 당첨 가점이 84점을 기록했다. 84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 신청자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 6명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을 모두 채워야 달성할 수 있는 점수다.
이 같은 소형 쏠림의 배경에는 강화된 대출 규제가 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LTV는 40%로 낮아졌고,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한도도 15억원 이하 주택 6억원, 15억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화됐다. 이 때문에 분양가가 20억원을 웃도는 전용 84㎡ 아파트는 자기자본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남는 15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로 실수요가 몰리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매매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실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는 총 1만6921건으로, 이 중 전용 60㎡ 미만은 7434건으로 전체의 43.9%를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과 비교해보면 41.3%에서 2.6%포인트(p) 늘어났다.
전·월세 시장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6만4367건이었으며, 이 중 절반이 넘는 3만4458건(53.5%)이 전용 60㎡ 미만 소형 면적이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소형 비중이 52.6%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이지만 상승세가 이어졌다.
최근 불거진 전세 품귀 현상도 이 같은 소형 쏠림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달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수요자들이 소형 매수로 선회하거나 매수 여력이 부족할 경우 소형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2.41로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웃돌수록 전세 공급 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수요 급증은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66만원을 기록했는데 1년 전 8억848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3.2% 상승했다. 올해 1월(9억5613만원)과 비교해도 두 달 만에 4.1%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형 아파트 선호는 결국 가격 부담과 진입 가능성 때문”이라며 “전용 84㎡ 이상은 분양가와 매매가격 부담이 커 실수요자, 특히 30대가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면적이 59㎡ 안팎으로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중심인 만큼 분양가 상승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타입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