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주택' 통해 원주민 약 80% 구제
SH 최대 3억 직접 융자로 이주비 지원
관리처분 검증 기간 6개월→1개월로 단축

서울시가 민간 자력으로 정비가 어려운 사업 사각지대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직접 참여하는 '서울형 공공참여 주택사업'을 본격화한다. 민간 주도 정비를 대원칙으로 하되,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갈등으로 멈춰 선 낙후지역에 공공이 '갈등 중재자'이자 '사업 촉진자'로 개입해 주택 공급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오전 공공재개발 모범사례로 꼽히는 마포구 아현1구역 현장을 점검하며 "민간의 자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는 곳에 공공의 역할을 더해 주택 정책의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메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아현1구역은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될 만큼 노후도가 높고 권리관계가 복잡해 2017년부터 사업이 장기 정체된 곳이다. 오 시장은 "토지 소유자의 약 30%가 공유지분 문제로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에 막혀 5년 동안 진척이 없었다"며 "SH가 참여하면서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고 민간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공공이 책임 있게 풀어낸 참으로 의미 있는 시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현1구역은 1980년대 빌라 건립 당시 발생한 '지하층 공유지분' 문제로 소유자 2692명 중 740명이 현금청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시와 SH공사는 원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분양용 최소 규모 주택(최저주거기준 14㎡)을 도입하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지난달 19일 심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현금청산 대상자였던 740명 중 79%인 584명이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됐고, 향후 이곳에는 총 347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해당 초소형 주택에 대해 "14㎡ 주택은 전체 세대 중 약 30가구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다"며 "대단지 아파트 내부에 위치한 원룸형 공간으로 보면 되고, 도심 입지 특성상 1인 가구나 직주근접 수요가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사업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금융·행정 지원책을 가동한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주비 확보가 어려운 세대를 위해 SH가 직접 최대 3억원(LTV 40%)을 융자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최 실장은 "현재 시장의 대출 규제는 주로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은행법'이나 '보험업법'에 근거하지만, 저희의 지원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SH가 직접 금고 역할을 해 다주택자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 추진을 위한 필수 이주비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을 SH가 직접 수행해 기존 6개월이 걸리던 기간을 1개월로 단축하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검증 비용도 면제한다. 다만 공공이 혜택만 제공하고 주민들이 다시 민간 개발로 선회해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최 실장은 "이번 공공재개발은 SH가 직접 시행자로 참여해 초기부터 공식 협약을 체결한다"며 "만약 사업을 중단하게 된다면 공공이 제공한 용적률 인센티브 등 모든 혜택은 당연히 반환하거나 취소하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재개발에서 민간으로 급격히 선회해 성공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공공 중심'으로의 공급 기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최 실장은 "민간 중심이라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고 기조가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사실 작년 가을 발표한 '31만 가구 착공 계획' 수치 안에는 이미 공공재개발 물량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성이 낮아 민간이 외면하는 사각지대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급을 꾀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모아타운 사업 정체가 우려되는 곳을 SH 참여형으로 전환 유도하고 구역 면적 확대(4만㎡) 및 임대주택 기부채납 비율 완화(30%)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역시 SH가 가세해 분담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허가 절차를 서울시로 일원화해 약 6개월의 공기 단축 효과를 낼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 주택 정책의 목표는 민간의 속도에 공공의 책임을 더하는 것"이라며 "어느 지역도 뒤처지지 않고 어느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2031년까지 31만 가구 주택 공급 목표를 흔들림 없이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