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K팝 흥행’ 받쳐줄 공연장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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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주 생활문화부 기자

“지금의 한국은 젊은 세대 문화를 이끄는 중심에 있다.”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개봉 기념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메릴 스트리프 역시 손주들이 K팝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며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체감한다고 했다.

K콘텐츠는 세계 대중문화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K팝과 영화, 뷰티로 확장된 한류는 관광 수요를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계기로 3월 초순 방한 외국인은 약 110만명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했다. 일부 매장에서 K팝 굿즈 매출은 최대 430%까지 급증했다. 공연 당일 인근 편의점 매출도 최대 6.5배 늘어나며 소비가 도심 전반으로 확산했다.

관광의 흐름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계기 가운데 한류 콘텐츠가 40.1%로 1위를 차지하며 관광 수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 경험이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요를 받아낼 기반은 부족하다. 국내 대형 K팝 공연은 여전히 체육시설이나 임시 무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수준의 아티스트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전용 공연형 아레나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세계적 아티스트를 수용할 대형 공연시설 부족을 인정하며 5만석 규모 돔형 공연장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공연장 문제는 관광 경쟁력과 직결된다. 공연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팬덤을 수용하지 못하면, K콘텐츠가 만들어낸 수요는 해외 공연장과 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방한 외국인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도 K-관광 경쟁력을 악화하는 요인이다.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확산이 제한적이다. BTS 공연 기간 외국인 방문객이 성동구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며 소비가 확산하는 흐름이 확인됐지만, 지역 체류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K팝 공연은 숙박·식음료·쇼핑 등 연관 산업을 동시에 움직이며 체류형 소비를 확대하는 관광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 30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K-관광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수요를 담아낼 공연 인프라는 부족해 콘텐츠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할 기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 매출액은 1조7326억원이었다. 2024년 매출액(1조4588억원)보다 18%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데 인프라가 없다. 그런 점에서 지역 중심의 공연형 아레나는 K콘텐츠 관광을 완성하는 핵심 기반이다. 관광과 소비, 지역 확산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K팝이 지역 소멸을 막을 요긴한 방책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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